길에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 사람들은 집에서도 길에서도 고양이를 돌본다. 흔히 ‘집사’로 알려진 이 사람들은 아무 관계도 없는 고양이들을 모시는 것처럼 보인다. 밥과 물을 각각 챙겨주는 그들의 정성은 참 대단하다. 대체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하던 때, <고양이 집사>를 보게 됐다.

<고양이 집사>는 우리나라 곳곳의 다양한 집사들이 어떻게 길가의 고양이와 인연을 맺어 공존하는지 보여준다. 고양이 마을을 만들려는 집사, 밥과 물을 배달해주는 집사, 간판을 만드는 집사, 모두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고양이를 섬기듯 보살피고 있다.

<고양이 집사>에서는 춘천의 고양이들로부터 성남, 부산 등 수많은 곳의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고양이 레니(임수정役)의 내레이션으로 전해진다. 보통 시사회가 끝나고는 딱딱한 영화의 촬영이나 제작, 등장인물과 같은 질문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고양이 집사>의 GV(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아이들의 상담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 집 고양이가 저랑 싸우는데 어떻게 할까요?’ 라는 여느 GV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순수한 질문은 ‘고양이 집사’들만이 공유하는 어떤 공감대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인터뷰를 약속하고 영화를 본 뒤, 의외로 콩나물신문을 잘 알고 있던 조은성 프로듀서를 만났다. 콩나물신문 사무실 밑에 식당이 있다는 것도 아는 그는 고양이 티셔츠를 입고 이모티콘도 고양이를 썼다. 당연하게도 조 pd는 ‘해피’라는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였다.

집사의 시점으로 만들어진 줄 알았던 영화는 독특하게도 고양이 ‘레니’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전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한국, 일본, 대만의 고양이들을 담은 이야기로 국제적으로 촬영했으나 이번 작품은 한국 내에서만 촬영했다. 외국의 시선보다 내부의 시선으로 고양이를 보려고 한 의도다. 한국 곳곳을 계획적으로 촬영을 했는지 물으니 다큐 영화니까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결과를 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무계획적 계획을 했다고 한다.

원래는 춘천을 좋아해서 춘천만 찍으려고 했어요. 1년 동안 감독님한테 생활해보라 하고 촬영을 시작했죠.”

그 말대로 춘천의 한 바이올린 가게와 그 고양이가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감독은 그곳에 머무는 고양이 한 마리를 ‘레드’라고 이름 붙여주고 데려가고 싶어 하는데, 레드가 다큐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진심이었을 듯 하다.

“‘데려올까?’ 하고 저한테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그건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 왜 나한테 물어보냐?’고 했죠. 춘천 가서 차 문 열어놓고 네가 여기 타면 나랑 사는 거야 했는데 결국엔 안  탔다고 하더군요. ‘그럼 내가 종종 올게.’ 하고 왔대요. 다시 태어나면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 해요.”

춘천에서 열심히 고양이 마을 조성을 진행하던 담당자가 인사이동을 하게 되면서 고양이 마을이 갑작스레 중단되는 장면이 나온다. 고양이 마을은 시작도 하기 전에 사라져 버린 걸까.

“다큐에서 보신 것처럼 중단됐어요. 재개하려면 민간이나 개인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조례로 채택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예산 책정이 안 되니까. 아니면 처음부터 단체에서 하겠다 하면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힘들어요.”

싫어하고 욕할 수는 있어도 죽이면 안 되잖아요

고양이 마을 조성 중단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고양이 사랑은 각별해 보인다. 그는 어릴 적부터 고양이를 좋아했고 식당 일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쥐를 쫓기 위해 처음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양이에 관한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겠다는 계기는 다른 곳에 있었다.

“주로 약자들이 차별을 당하잖아요. 어찌 보면 동네에서 제일 약한 동물이 고양이에요. 몇몇 사람들이 내 일이 잘 안 풀린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공격하죠. 겨울에 고양이들은 추우니까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서 들어가요. 아파트 주차하는 지하 공간에 40마리 정도 있었는데 그 애들을 다 가둬서 굶겨 죽인 사진을 봤어요.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고 가만히 있다가는 사람에게 이런 폭력이 가해질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고양이 처지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영화를 제작해서 보여주는 게 제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고양이를 싫어할 수 있어도 때리거나 죽이지 말라고 하는 거죠.”

 

영화 제작의 이면에는 항상 어려움이 따른다. 첫째는 비용이고 둘째는 설득이다. 설득 과정 중에 사람과의 마찰도 빚어진다.

“촬영해도 되냐고 할 때 안 된다고 할 확률이 응해줄 확률보다 훨씬 높아요. 나와주신 분들, 잘 도와주셨던 분들은 전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보신 분들이 많았어요. 전작 덕분이죠. 이번 <고양이 집사> 때 설득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어요. 맨 처음보다는 수월하고 다음 영화에서는 좀 더 나아지겠죠.”

그는 자신의 영화를 보고 사람들의 인식이 서서히 바뀌어 간다고 믿는다. 영화의 감상 댓글로 고양이가 무서웠는데 더는 그런 존재가 아닌 걸 알게 됐다는 정도만으로도 조금씩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은 부분만으로도 고양이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는 자신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전작도 고양이 이야기고 이번에도 고양이 이야기인데, 이것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시리즈일까?

“저는 시리즈라고 봐요. 다음 작품도 고양이에 관한 걸 할 예정이라서 죽을 때까지, 아마 평생 만들어야겠죠. 계속해서 누구랑 만들지는 안 정해졌지만 바로 다음 작품은 고양이 집사 감독님과 할 계획이에요.”

고양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

“마을이라고 하는 게 사람이 만든 거지만 원래 고양이가 살아가던 곳일 수도 있고, 마냥 사람만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동물을 향한 칼이 약한 사람한테 갈 수 있어요. 사람 중에 제일 약한 존재가 아이들인데 고양이에게 해가 가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죠. 없앨 수 없다면 같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보자, 그리고 다큐에 등장하는 분들은 이렇게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는 거죠. 영화를 보신 분들이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골목의 고양이를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무릎 아래 또 다른 생명이 있다는 걸 기억해달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는 제작비 일억이천만원 대부분을 빌려 제작했다고 한다. 가장 약한 존재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그의 노력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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