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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시가로 보는 현대인의 삶7 - 건너지 말아야 할
한기호 <매콤달콤 맛있는 우리 고전 시가> 저자  |  kong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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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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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뱃사공 곽리자고는 어느 새벽 배를 손질하다가 흰 머리를 풀어헤친 미친 늙은이가 술병을 들고 물을 건너는 장면을 목격한다. 뒤를 따라오는 여인이 울며 말려도 남자는 결국 물에 빠져 죽는다. 여인은 공후라는 악기를 뜯으며 슬픈 노래를 부른 뒤 자신도 물에 빠져 죽는다. 이 광경을 본 곽리자고는 집에 돌아와 아내 여옥에게 사연을 일러주고 여옥은 공후를 타며 이 노래를 부른 후 이웃집 여인 여용에게도 가르쳐 주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 노래가 곧 <공후인>이라고도 하는 <공무도하가>이다.

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當奈公河(공무도하 공경도하 타하이사 당내공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기어코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가신 임을 어찌할꼬.

 
네 줄밖에 안 되는 짧은 노래에 많은 해석들이 뒤따른다.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고통스런 민중들의 삶을 그린 것으로 보거나, 술의 신 바쿠스와 그를 따르는 요정의 이야기로 보거나, 제의를 통한 모의적 죽음의 표현이라 보는 학자도 있다.

해석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제쳐두고 가사만을 보면 이 노래에는 물과 죽음이 긴밀한 소재로 등장한다. 물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도도히 흐른다. 그것은 인간인 우리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으로 노래 전반을 흐른다. 건너서는 안 될 물을 건너 떠나간 임을 다시 되돌아오게 할 방법은 없다. 인간은 이 도도한 흐름 앞에 그저 겸허한 자세로 순응해야할 뿐이다. 이것을 넘는 것은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넘는다는 것이며 다시는 이쪽으로 오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꼭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도저히 넘어서는 안 될 경계를 가벼운 마음으로 넘는 자들이 있다. 전염병 확산 경고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집단행동을 일삼는 사람들, 정치적 야욕 때문에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 오직 자신의 쾌락과 이익만을 위해 반윤리적 범죄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 일일이 열거하면 차마 인간이라 칭하기 어려운 존재들이 감히 인간임을 자처하며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 스며들어 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합하여 서로 돕고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고등한 인격체이다. 그리고 우리가 인간임을 확인하는 어떤 경계가 우리 사회 내부에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 경계는 단시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도도히 흐르는 물처럼 압도적인 힘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윤리 도덕의 경계, 존중과 배려의 경계, 사익과 공익의 경계는 인간 사회의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인간으로 규정하는 경계를 흐르는 힘이다.

건너지 말아야 할 경계를 건너려는 그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인데 그것은 육체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인 것이어서 더 두려울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이여, 제발 그 물을 건너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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