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4월이나 5월이 되면 어른들도 아이들도 바깥 활동을 활발히 시작합니다. 숲을 찾는 아이도 늘어납니다. 도시에서 숲에 아이가 오는 경우는 부모가 알아보고 오는 것입니다. 아이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체험은 아이 스스로 찾아서 하기 힘든 환경이라 부모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의 선택이다 보니 아이가 원하는 경우도 있고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를 위하는 체험이라면 모든 활동의 전제조건으로 아이가 원하는 가를 꼭 물어야 합니다.

 

처음 숲활동에 참여한 아이들에게서 자주 보는 모습이 있습니다. 간식을 들고 다니는 아이, 주기적으로 시간을 묻는 아이, 지금이 아닌 과거나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 인솔자 옆에만 있는 아이 등입니다. 행동의 이유는 분명이 있을 겁니다. 늘 하는 행동이거나 낯선 곳에서 스스로 안정감을 찾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 대부분 일겁니다. 모든 행동은 기존의 습관대로 하는 것입니다.

 

숲은 도시에 비해 자극이 적은 곳입니다. 자극이 없다보니 기존의 자극이 머리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극이 강할수록 더 오래 기억이 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먹거리에 대한 자극이 강합니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먹거리는 중요한 자극원입니다. 아이가 점점 커갈수록 놀이와 게임 같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자극이 됩니다. 기존에 자극이 강하면 강할수록 숲에 들어와도 계속 기존의 자극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방에 가져온 간식 생각, 돌아가면 할 게임 생각, 지난번 했던 장난감 놀이 생각 등으로 숲 밖의 세상에 안테나를 펼치고 머리를 꽉 채웁니다. 숲 밖 생각은 숲이 주는 자극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게 하여 아이가 숲을 깊이 느끼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입니다. 스님이 숲 속 절에 앉아 바깥세상 생각만 한다면 수행이 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과거와 미래의 생각들로 지금,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시의 삶이 숲에서도 연장되어 자연의 삶으로 확장되지 않습니다.

 

현재에 집중하고 스스로 하려면 동기가 필요 합니다. 욕구가 없으면 동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욕구는 무엇일까요?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5단계(생존->안정->소속->인정->자아실현)를 아이들의 행동과 연결하면 3단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먹거리입니다. 배고프지 않으면 먹거리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먹을 것을 들고 다니며 다른 것을 하지 않습니다. 자극적이지 않는 음식은 더 이상의 먹거리를 생각나지 않게 합니다. 두 번째는 놀이입니다. 타율적이고 규칙적이며 고정적인 놀이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유로우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안전보다 도전을 즐깁니다. 자율적이고 변화하고 도전적인 놀이를 하고 싶어 합니다. 세 번째는 공부입니다.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많으면 상대에게 이야기하느라 바쁩니다.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호기심이 사라집니다. 호기심은 질문에서 시작되는데 질문할 동기를 없애는 것입니다. 적당히 알면 아는 것을 이야기하기보다 궁금한 것을 질문합니다. 적정한 공부는 호기심을 자극하여 스스로 질문하게 합니다.

 

동기가 생기면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배고프면 배가 꼬르륵 거리며 배고프다고 표현합니다. 놀고 싶으면 몸을 배배꼬고 손을 꼼지락 거리며 몸으로 표현합니다. 알고 싶으면 질문하고 책을 읽고 말하고 쓰게 됩니다. 동기를 바꾸려면 아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기보다 지켜보는 환경을 만들고 기다려야 합니다. 가장 기본은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입니다. 아이 스스로 비교하며 유리한 쪽을 찾아 서서히 성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먹거리는 맛이 필수가 아니라 영양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놀이는 안전이 필수가 아니라 자유가 우선이어야 합니다.
공부는 지식이 필수가 아니라 호기심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에리히 프롬의 책<소유냐 존재냐>에서 소유나 소비 보다는 통찰과 느낌을, 지식의 양보다는 지식의 깊이를, 사랑의 소유와 독점보다는 행위와 체험을 강조한 것과 같이 아이에게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아이의 느낌과 깊이 있는 호기심, 자발적 행동이어야 합니다. 가공식품과 비싼 장난감, 각종 체험 같은 것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좋은 음식과 자유로운 놀이와 호기심이 가득한 활동을 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지금 숲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숲은 언제든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아이와 손잡고 가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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