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죽여줬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네, 엄마가 죽여줬대요”. 나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느낀다. 그 눈빛은 나와 아이들의 교감이며, 설레임이고 열정이다. 나의 기타반주에 떼창하는 아이들, 그 맑음과 설레임들로 꿈꿨던 교사의 길을 산학교에서 걸은 지 반년정도 되어간다. 학교로 출근하는 길, 나는 변함없이 유투브에서 ‘스쿨오브락’을 검색한다. 무한도전에 나왔던 잭블랙이라는 배우가 출연하는 꽤나 유명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코믹버젼 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영화를 보며 가슴 터질 듯한 감동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 밴드 연습 중. 고장 났었던 악기들이라 이래저래 만져야 겨우 소리가 난다.

“죽여주는 락밴드 해볼래?” 아이들의 대답은 냉랭하다. “싫어요”, “아니요”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 않다. 평소 함께하면 좋을 것 같은 아이들을 모아서 이야기했다. “락밴드” 하면 “떡볶이 사준다!” “와! 진짜요!” 결국 떡볶이의 도움으로 아이들과 밴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장비와 악기는 거의 분리수거 밴드라고 보면 된다. 여기저기서 고장 나거나 안쓰는 악기를 모으고 모았다. 그리고 학교 내에 비어있는 교실들을 이래저래 옮겨 다니며 연습을 했다. 다른 파트는 괜찮은데 베이스기타를 처음 만져보는 아이에게 베이스를 어떻게 알려줄까 고민이 되었다. “여기 있는 거 8번치고, 여기 있는 거 16번치고..” 하는 식으로 알려줬다. 처음에 그렇게도 하기 싫어했었는데, 곧잘 배우더니 결국 2곡을 완성시켰다. 역시 아이들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다. 매니저와 스탭도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매니저는 내게 와서 “연습 언제 하나요?”, “빨리 해야 해요”, “이렇게 해야 되요” 라는 식의 재촉을 한다. 피곤해서 쉬고 있는 내게 “1시까지 강당으로 오세요!”라며 압박한다.

▲ 공연 전 단체사진. 표정들이 다들 결연하다.

휴. 드디어 공연 당일 날, 분리수거 악기와 장비를 가지고 하기 에는 무리가 있었던 공연에 학부모 한 분께서 음향장비를 지원해주셨다. “달려봅시다!” 그리고 아이들과, 관객들과 함께 달렸고 즐길 수 있었다.

▲ 공연모습

집으로 돌아가며 내 안의 성취감과 설레임은 어마어마했다. 공연영상을 집에서 돌려보며 예상보다 뛰어났던 아이들의 연주 실력에 놀랬다. 긴장했지만 분명히 그 순간을 느끼고 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느꼈던 성취감과 무대에서의 그 떨림과 설레임 또한 나와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아이의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강점과 성취감에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역할 아닐까? 학교에서 다시 만난 아이들은 떡볶이 언제 사줄 거냐며 아우성이다. 너희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 “얘들아 떡볶이보다 너희가 더 소중해!”

---공연이 끝난 후 1달이 넘게 떡볶이를 못 먹고 있습니다. 모두가 모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제 얼굴이 떡볶이로 보이는 듯 합니다. 이번주에는 방학이라 꼭 가려고 합니다.
베이스를 담당했던 학생은 사촌형에게 베이스기타를 선물받았다고 합니다. 열심히 연습한다곤 하는데 이제 방학이라 2학기가 되면 다 까먹는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냐며 아이들과 부모님들도 궁금해 합니다.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밴드라고 하면 설레는 우리의 마음 그리고 여전히 부족한 환경입니다. 그래도 인생의 묘미라는 것이 부족하다고 할 때 하나씩 채워져가는 그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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