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尹奉吉, 1908~1932 ) : 한말의 독립운동가. 본관은 파평(坡平). 호는 매헌(梅軒). 충청남도 예산 출생. 1932년 4월 29일 일왕의 생일날, 상하이(上海) 훙커우(紅口) 공원 행사장에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하이파견군 대장 등을 즉사시키는 거사를 치르고 현장에서 체포되어 총살되었다.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 동포여! 더 살고 싶은 것이 인정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택해야 할 오직 한 번의 가장 좋은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나만 나 혼자만 잘 살다 죽을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와 내 가족의 미래보다 조국을 선택했습니다. 백 년을 살기보다 조국의 영광을 지키는 기회를 택했습니다. 안녕히, 안녕히 들 계십시오.
-윤봉길 의사 유서 중 동포에게 보내는 글-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하여 산다. 보라! 풀은 꽃을 피우고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도 이상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다짐하였다. 우리 청년시대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더 한층 강의(剛毅)한 사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이다. 나의 우로(雨露)와 나의 강산과 나의 부모를 버리고라도 그 강의한 사랑을 따르기로 결심하여 이 길을 택하였다.
-1930년 10월18일, 망명지 청도에서의 서신-
 
< 강보(襁褓, 포대기)에 쌓인 두 아들 모순과 담에게 >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놓아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어머니의 교육으로 성공하여라. 동서양 역사상 보건데 동양으로 문학가 맹자가 있고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희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요사이 중동의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대량학살이 일상이다.
이민족에 의한 식민지배를 경험한 우리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은 남의 일이 아니다. 중동의 팔레스타인 최대 무장조직인 하마스의 창설자이자 지도자인 <셰이크 아흐마디 야신>이라는 남자가 있다

. 그는 2004년 3월 22일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폭사했다. 미국에 의해 오랜 기간 전세계에 전파된 하마스와 야신의 이미지는 테러리스트 집단과 그 우두머리이다. 그러나 야신은 어려서 하반신 마비를 겪었고 50세 때 이스라엘에 체포되어 모진 고문으로 양손과 시력까지 잃었다. 사지장애와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노인이 하마스를 이끌었던 것이다.
 
그는 생전에 끊임없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공존의 평화공세를 폈다. 평화는 현상의 인정이고 고착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전멸시키는 게 숨은 목표인 이스라엘은 야신이 평화공세를 펼 때마다 하마스와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살해로 대응했다. 하마스는 이러한 이스라엘의 거대한 테러에 제한된 정당방위식 폭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야신은 한국 언론과의 대화에서 일제 강점기 우리 애국지사들의 독립투쟁을 테러로 보지 않으며 동일한 이유로 이스라엘의 테러에 대한 하마스의 저항은 정당한 민족해방투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69년 전 이맘때는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폭압과 가혹한 수탈, 거족적 항쟁 그리고 수많은 희생이 점철되었던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때다. 8월은 조국 광복의 달이다! 조국의 광복을 보기 위해 식민지배 36년 동안 수많은 의사와 열사, 무명의 독립군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국내외의 애국자들이 글로 차마 옮겨 적을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일신과 가족을 희생하였다.

제국주의의 세력이 가장 강성하여 독립의 희망조차 바람 앞의 작은 등불처럼 흔들거리던 때, 홀연 한 줄기 큰 빛으로 산화해 간 매헌 윤봉길 의사는 애국지사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분이다. 의거 2기간 전, 매헌을 사지로 보내는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는 백범 김구 앞에서 동포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는 유언을, 남은 두 아들에게는 장성하여 반드시 조국독립에 헌신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일본에서의 사형 집행 직전에 유언을 묻는 일본인들에게 ‘사형을 각오했고 할 말은 없다.’라고 간단하고 비웃는 어조로 말하였다고 전해진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하여 죽으니 유감도 없고 미련도 없다는 의미다.
매헌의 의거는 유사 이래 오랑캐라고 업신여기던 일본제국주의에 연전연패하여 반식민 상태의 무기력한 패배감에 절어 있던 수억의 중국인들에게 애국적 투쟁심을 일깨워 일제에 대한 한.중 연합투쟁의 단초를 만들고 극심한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던 우리의 독립운동을 새로이 일으켜 세우기 위한 백범의 회심의 일격이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한번쯤은 보았을 상징적 사진이 있다.
 
의거 직전 절명시와 함께 테극기 앞에서 수류탄을 들고 있는 매헌의 모습! 문자 그대로 욱일승천의 기세로 중국대륙을 제패해 나가던 세계최강의 수십만 관동군을 정면으로 막아섰던 단 한 사람이 매헌이다.
의거 이후 체포된 매헌은 일제의 보복으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비인도적인 고문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사진으로 남아 있는 그의 사형집행 장면은 놀랍다. 일제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매헌을 흰 천으로 눈을 가린 후 거적 위에 무릎 꿇리고 십자가 형틀에 양 팔을 벌려 묶어 놓고 총살한다. 매헌의 이마 정중앙을 총알이 관통하고 13분 후 절명한다. 일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도록 쓰레기장에 봉분도 없이 의사의 시신을 매장해 버리는 만행을 자행하지만, 독립 직후 환국한 백범의 특별 명령으로 재일동포들의 도움을 받아 기적적으로 의사의 시신과 나무십자가 등이 발굴되었다.
요사이 대중매체를 통해 <상남자>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러나 그 대상에 대하여 참된 의미로 쓰이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심기불편하다. 세상에 회자되는 그 말의 의미는 동물적 의미의 외모가 수컷 본연의 아우라를 풍기거나, 나쁜 남자의 이미지로 여성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상남자라는 말은 그렇게 가벼이 쓰일 말이 아니다. 약자에겐 한없이 온유하고 불의를 보면 사나운 맹수같이 투쟁하며 현재의 찰라가 아니라 영원한 미래 속에 인생의 가치를 두는 사람이 진짜 상남자다. 8월을 맞아 상남자 매헌 윤봉길 의사를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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