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청년 인문캠프에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고 대안을 찾기 위해 청년들이 모였다.
이번에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청년, 공동체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충남 홍성군 홍동 마을을 다녀왔다.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청년들은 출발 장소로 모였다.
홍동마을 마을활력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마을 문지기와 같은 역할을 하며 마을탐방에 앞서 마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사회교육협동조합 박형일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형일씨는 ‘농촌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오해’라는 제목으로 말문을 열었다.
“마을은 사람이 사는 곳이에요.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메워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교사였던 그는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풀무학교 전공부에 오면서 홍성마을과 인연이 닿았다.
“풀무학교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어요. 교수, 대학생, 목회자, 선교사 등 직업군도 다양하죠. 그런데 함께 생활하면서 부딪혔던 큰 문제가 뭔지 아시나요? 설거지예요.”

더불어 사는 평민

삼시세끼 식사를 먹고 설거지를 하는 건 보통이 아니었다고 한다. 당번을 정해도 어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데 뒤섞여 살면서 피 튀기게 싸우고 깨졌다. 박형일씨는 여태까지 관념적인 공동체를 지향했을 뿐, 지독한 개인주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여러분들은 공동체를 이론적으로 굉장히 잘 알고 익히 듣고 배웠을 겁니다. 하지만 이론적인 언어보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마을이기 때문에 삶의 밀도가 높습니다. 마을주민들끼리 자잘한 것에 상처받고 싸우기도 합니다. 그냥 마을이에요. 앞으로 탐방하면서 마주하는 분들에게 이곳이 어떤 빛을 내고 있는지를 묻기보다,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물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홍동마을의 전신인 풀무학교를 소개했다.
“1950년대에 홍동마을에는 초등학교만 있었어요. 지역 안에서 교육할 수 있는 계획을 모색하던 중 1958년 풀무학교가 세워졌습니다. 허름한 방앗간에서 교사 2명이 시작했어요. 풀무학교의 이념은 ‘위대한 평민을 만드는 학교’입니다. 하지만 평민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거죠. 그래서 ‘더불어 사는 평민’으로 바뀌었습니다. 풀무학교는 지역에서 함께 살자는 삶을 가르칩니다. 지역자체가 학교이고, 학교가 곧 지역인 거죠. 풀무학교는 학교자체가 없어지는 것을 꿈꿨고 지금도 꿈꾸고 있습니다.”
덧붙여 “여러분은 1박 2일 동안 홍동마을의 일부 갓골을 보고 가실 거예요. 갓골에서도 조별로 한 공간 밖에 보지 못하죠. 일부를 보고 마을 전체를 알고 간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홍동밝맑도서관
밝맑도서관

우리조가 탐방할 공간은 밝맑도서관이었다. 2007년 풀무학교 개교 50년을 맞아 ‘학교와 지역은 하나다’라는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2011년 10월, 밝맑도서관을 세웠다고 한다.
도서관지기 정수영씨(23)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도서관지기 정수영(23)씨

▲ 홍동밝맑도서관을 만드는 후원자들의 모금함

- 밝맑도서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도서관이름 ‘밝맑’은 설립자 이찬갑 선생님의 호입니다. 풀무학교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세워졌어요. 밝맑도서관을 지을 때 홍성군에서도 일부 지원을 해줬지만, 이창갑 선생님과 그의 유가족,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았습니다. 늘 어떤 도서관인지, 도서관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지만 어떤 곳이어야 한다고 정의 내리진 않습니다.
1층 아고라방은 주된 열람실로 강의, 모임,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어요. 지역단체나 동아리에게 공간을 빌려주는데 대관료는 정해놓지 않았어요.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바로 맞은 편은 책을 전시하는 공간이에요. 주제를 정해서 주기별로 책을 전시하는데요. 원예, 사진전, 탈핵 등을 기획해 전시합니다. 현재 적정기술을 기획하고 있어요.
▲ 밝맑도서관의 전시공간

▲ 손글씨로 도서관 대여일을 적어놨다.
 

- 학교별로 도서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을도서관이 충분한 것 같은데 굳이 도서관을 지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건 풀무학교와 관련됐는데요. 풀무학교는 늘 교육을 고민합니다. 학교도서관은 마을주민들이 편하게 찾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학교도서관을 지역 안으로 끌어내자는 의견이 많았고 그렇게 한 거예요.

- 밝맑도서관은 마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다들 제각각 다른 의미를 떠올릴 텐데요. 제가 가진 의미는 교양을 쌓고 책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이에요. 사실 밝맑도서관은 불가능한 게 없는 도서관이에요. 결혼식을 한 적도 있는데요. 약 200명 정도 오셔서 결혼을 축하했어요. 마을 합창단과 초등학생들의 축가, 사진은 마을 사진가들이 찍었고요. 외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마을주민들이 협동해서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도서관이 지닌 한계를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 홍동밝맑도서관 전경
 

- 밝맑도서관에서 재밌는 공간이나 소개하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밝맑도서관은 원서로 일본사회, 문화, 역사, 무교회와 관련된 책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요. 무교회는 성경중심의 신앙생활을 추구하는 기독교입니다. 풀무학교가 오래 전부터 일본과 교류가 많았는데요. 풀무학교가 일본과 교류하면서 전수 받았어요. 마을 특성 상 교류가 많았어요.
1층 두밀리방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공간이에요. 애초에 그렇게 시작했었는데, 도서관에 사람이 부족해서 책을 읽어주질 못했어요.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고 있어요. 재밌는 점은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듣는 게 익숙해져서, 책을 빌리러 오는 마을 어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졸라요.
▲ 아고라방.
▲ 아이들의 도서관. 두밀리방

책을 빌려주는 기간은 2주지만 정확하게 반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도서관에 반납하지 않고 빌린 사람들끼리 서로 돌려가며 본다던지, 밝맑도서관에서 빌려놓고는 학교도서관에 반납하는 경우도 많아요.”
연체하는 경우 규제를 두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마을주민끼리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현지 어르신들이 문화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하셨어요. 도서관이 익숙한 곳이 아니어서 도서관으로 모시기가 어려워요. 이분들을 위한 활동을 구상해야 할 것 같아요.”
정수영씨는 도서관은 천천히 움직이는 공간이라며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엄마를 따라 밝맑도서관에 온 아이. 어머니께서 바쁘시다며 우리조에게 아이를 맡기고 다른 볼일을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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