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로 인근 보행자들의 고충

▲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3년 9월 한 달 동안 내비게이션 이용 차량의 이동궤적(6억 개)을 25만 개 도로구간에 분석했다. 주중 가장 교통이 혼잡한 지역은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구 순이며, 시군구별로는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서울시 금천구, 서울시 종로구,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인천시 동구 등의 순서로 가장 혼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국토교통부
 
최근 재밌는 통계가 나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평일 중 차가 가장 막히는 곳은 부천시 소사구로 집계됐다. 소사구의 ‘혼잡강도’는 66.3%에 달하는데 쉽게 풀이하면 소사구 전체 차량 통행시간을 10시간이라고 가정한다면 6시간은 혼잡하다는 뜻이다.
부천시는 좁은 땅에 비해 인구가 많기 때문에 운전자는 교통체증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교통체증’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바로 하우로 인근에 사는 심곡본동 주민들이 그렇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하우로는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과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을 잇는 지름길로 통행량이 많다. 2차선 도로를 겨우 낼 정도로 비좁아 보도가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민들이 이곳을 지날 때면 자동차와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모습을 연출하곤 한다. 한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폭이 좁고 인도가 아예 없는 구간도 있다. 그럴 때면 차선 반대편으로 넘어가거나 차도로 걸을 수밖에 없다. 또한 시흥-부천 마을버스가 지나갈 때면 마주 오는 차량이 버스를 피하려고 인도를 침범하곤 한다.
게다가 부천남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어서 인근에 걸어서 통학하는 아이들이 많다. 통학시간과 출근차량이 맞물릴 때면 교통할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험하다.

하우로 인도만들기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심곡본동주민자치센터에서 이뤄진 주민토론회에는 심곡본동 주민들과 부천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우로 인도만들기위원회 대표이자 토론회 사회자인 윤태한씨는 “하우로에 보도가 없는 구간은 소명약국에서부터 639m로 길가 전봇대와 불법차량을 피해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차도를 침범합니다. 인근에 부천남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보도가 없는 구간 중 300m는 어린이보호구역입니다.”라며 하우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2012년 12월 부천남부역을 향하던 015마을버스는 부천제일교회부근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가파른 구간에다가 눈이 살짝 온 탓에 버스는 명소약국 입구까지 미끄러졌고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20여대와 부딪쳤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심곡본동 주민 전명숙씨는 “딸이 최근 출근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자동차가 양쪽에서 오니까 딸이 길가로 비켜 서있는데 사이드 미러에 부딪혀 넘어졌습니다. 엉덩이뼈가 다쳐서 한 달 정도 일을 쉬어야 했어요. 괜찮은 직장에 다녔었는데 그만 뒀습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저와 친했던 아주머니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에 치여 죽었어요. 정말 속상합니다. 부천시에 전화했지만 묵묵부답이에요. 대체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요?”하며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결근을 하면서까지 토론회에 왔다고 말했다. 전명숙씨는 간절했다.

한 주민은 “30년간 하우로 인근에서 살았습니다. 방을 세놓아도 살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오랫동안 시가 이 길을 방치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도로를 확장할 경우 인근 주민에게 제대로 보상해야.”한다며 재산권 보상을 거듭 강조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윤태한씨는 이를 진정시키고 시관계자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도시재생과 양완식 과장은 “많은 검토를 했고 현 시점에서는 도로를 확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사비 같은 경우는 200억 정도가 듭니다. 올해 도로정비 기본계획 용역에 따라서 결정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윤태한씨가 다른 답변을 요구하자 도시계획과 박헌섭 과장은 “이제까지 모든 사업은 하향식사업으로 철거는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참고자료를 나눠줬다. “곳곳에서 마을재생사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을공동체로 주민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한 사례로 부산 산복도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도로확장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겠지만 재정적으로 200억이 듭니다.”라고 되풀이했다. “이런 문제를 마을주민들이 상의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고 도로확장은 부천시에서 시간을 두고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전명숙씨는 “상동 호수공원은 부천시 주관으로 예산을 들인 공원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속이 상하더라고요. 공원은 주민이 모두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예산도 많이 쓴 것 같은데, 하우로는 재정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라며 반박했다. 전명숙씨는 상동 호수공원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박헌섭 과장은 “재정 부족.”이란 말로 일축했다.

윤태한씨는 일방통행을 주장했다. “이기적이지만 일방통행을 생각했습니다. 교통체증이 심각해지겠지만 후에 있을 도로확장 때 해결하고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을 보호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양완식 과장은 “검토해보면 많은 방안들이 있겠지만 도로정비 기본계획 용역 쪽으로 치우친 상태.”라고 대답했다.

류재구 시의원은 “도로확충만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길가 전봇대와 불법주정차 통제, 후에 있을 보상 문제를 줄이기 위한 건물과 빌라규제, 015마을버스 노선변경을 주장했다. 이에 한 주민은 “건축을 규제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발언.”이라고 항의했다.
부천시는 약 200억 원을 투자한 도로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진행상황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진행된다 해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주민의 안전은 방치되는 거나 다름없다. 하우로 인근주민은 생존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시는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갓길을 걷고 있는 보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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