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재(사회자): 콩나물 신문사에서는 부천 지역의 중요한 문제인 '삼정동 소각장 부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주제로 관계자들과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토론을 위해서 박노설 전 부천시의회 의원, 지역주민 이연리 푸른마을회장, 도시재생전문가 아트포럼리 이훈희 대표가 참여 했습니다. 참고로 콩나물신문사에서는 삼정동 소각장 문제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부천시 관련 공무원의 참석을 요청하였으나, 부천시 공무원은 참석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삼정동 소각장은 1992년에 입지선정, 1995년에 가동을 시작해서, 1997년에 다이옥신이 검출되었고, 2010년에 내구연한이 도래되어서, 가동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지역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우선 삼정동 소각장 건설에서 가동중지까지, 그 사이 주민들의 생활상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박노설(전 부천시의회 의원)
박노설 : 부천시에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법에 따라 폐기물시설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중동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삼정동에 소각장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당시에 이연리 회장을 비롯해,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을 하고 시위를 벌이고, 이연리 회장은 투옥도 됐지만, 공사는 강행되었습니다. 이후에 주민들 스스로가 쓰레기 들어오는 걸 감시했습니다. 처음에 신도시 쓰레기만 들어왔을 때는 양호했는데, 지역 전담제가 되면서 단독주택 것이랑 신도시 것이 혼합되어서 음식물 쓰레기랑 분리수거 안 된 것이 무분별하게 유입되었지요. 그래서 소각장에 못 들어오게 하기도 하고, 소각장 마당에 쓰레기를 그냥 부어버린 일도 있습니다. 여름에 쓰레기 침출수, 구더기, 날파리가 들끓고 해서 주민들이 정말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부천시에서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고요.

이연리 :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어서 다 이야기 하기는 어렵습니다. 요약하면 90년대 일산, 평촌, 성남 신도시 등 여러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소각장이라는 것이 처음 들어오는 단계였습니다. 관련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집회를 하면서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우면 주거환경 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저희가 지구환경 관련한 책도 읽고, 관련 학과 교수님들에게 자문도 받고, 설문조사, 반대서명 등의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환경 문제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고, 푸른마을이라는 이름을 만들어서 바자회도 하고, 환경운동, 쓰레기 분리수거에 앞장섰습니다. 선진국 견학을 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나, 폐기장을 분리해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 쓰레기 줄이기 운동 등을 전개했고요. 그러다가 1997년에 다이옥신이 검출되었을 때 소각장 가동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엔 다이옥신 배출 방지시설을 한 뒤, 소각장은 계속 가동되었지요.

사회자 : 우선 소각장 자체가 들어온다는 것이 주민들에게 충격이었겠는데요, 심지어 1997년에 다이옥신까지 검출이 되었다면 주민들이 느꼈을 정신 고통이 컸을 텐데요, 이에 대한 경제적, 심리적 보상은 있었나요?

박노설 : 제가 95년에 시의원이 되었는데, 그때부터 소각장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주민들도 일단은 안전하게 건설된 걸로 생각했습니다. 시의원이 되고 나서 부천시에 다이옥신 측정검사를 요구했습니다. 소각장을 대우에서 건설했는데, 일본 히타치 기술로 건설해서 시에서는 그걸 일본에 물어 보겠다고 했습니다. 1997년도에 전국에 11개 소각장이 있었는데요, 삼정동에서는 23.12 나노그램의 다이옥신이 검출되었습니다. 기준치의 20배였죠. 다이옥신이라는 것이 아주 치명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주민들이 소각장 폐쇄, 가동중지를 외치면서 환경부를 비롯해 관련 부처에 안 간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시에서는 다이옥신 방지시설 하겠다고 하다가 안 하고 나중에 다시 방지시설을 설치했지요.
이후에 홍건표 시장이 MBT(폐기물전처리 시설)을 설치하고, 내구연한 15년이 다 되어서 폐쇄하기로 한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2013년에 폐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시설을 재활용하기 위해서 타당성 용역 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연리; 2010년 내구연한 도래하기 전까지 3개월에 한 번씩 다이옥신 측정한 것 외에는 특별한 조치가 없었습니다.

이성재 : 삼정동 소각장 건설과 폐쇄까지, 그리고 주민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도시재생전문가로서 이훈희씨가 보시는 시각은 어떤가요?

▲ 이훈희(도시재생전문가 아트포럼리 대표)
이훈희 : 삼정동 소각장 투쟁 역사를 보면, 두 분이 나온 사진이 수두룩합니다. 오랜 기간 싸웠고, 그 고통이 말할 수 없지요. 저는 문화기획자 입장에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지역이 원도심이지요, 저는 공장지대와 주택가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적, 예술적 재생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 공간이 뭐로 바뀌든 간에, 기본적으로 커뮤니티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낮은 단계의 민주주의적인, 밑에서부터의 의사소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아트를 제대로 하는 작가는 해당 장소에서 한동안 거주를 하고, 몇 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작업을 합니다. 커뮤니티 아트는 소통과 문화적인 삶의 방향을 동시에 높여가야 합니다. 그리고 민주적 방식으로 토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요, 현재 부천시 전체로 봤을 때, 대부분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가 뭐가 있다는 게 딱 나오는데, 삼정동을 중심으로 한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럼 삼정동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삼정동 뉴타운 문제가 해결되면, 이 지역에 경제적 순환구조를 무엇으로 만들면 좋을까? 고민을 해 봅니다. 분명한 건 여기에 다시 공장을 짓고,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해답은 결국 주민들과 함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런 시기에 삼정동 소각장 부지 문제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역에서 작가들이 작업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삽질하고, 쓰레기가 많은 곳에 화분 가져다 놓고, 이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작업들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만나서 민주적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 지역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사회자 : 이야기가 소각장 부지나 삼정동 지역을 어떻게 재생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가? 라는 문제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어떤 바람과 계획이 있는지요?

박노설 : 요즘에는 주민들이 여가 활동, 건강에 대한 욕구가 많습니다. 삼정동 소각장 부지가 4천 평 정도 됩니다. 삼정복지관 수영장이 안전 문제로 폐쇄되어서 수영장을 포함한 체육시설을 다시 만들자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도에 김만수 시장이 당선되고 나서 소각장을 복합문화시설로 하는 타당성 용역과 관련한 비용을 상정했어요. 그런데 지역 주민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라, 의회에서 삭감했는데, 그 이후에도 4번이나 올렸습니다. 당시 과장이나 국장에게 주민 설명회를 개최한 후 의견을 수렴하고 예산을 올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도 주민설명회를 하지 않으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용역 중간 발표회 이후에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유가 없는 실정입니다.

사회자 : 그런데 '부천미래문화플랫품' 사업이 정부 사업 공모에 당선되면서 소각장동은 문화시설로 만들겠다는 부천시의 문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 중인 타당성 용역과 어떤 관계가 되는 것인가요?

박노설 : 용역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이 들어가는 것이라면 '부천미래문화플랫폼'사업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에게는 폐쇄된 삼정복지관 수영장 시설이 제일 큰 복지 시설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소각장 부지에 수영장 건립을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어린이집, 도서관 등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 이연리(푸른마을회장/삼정동 지역주민)
이연리 : 그동안 이 지역에 문화, 체육시설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 부지를 문화공간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2012년도에 삼정동 수영장이 없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수영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수영장이 포함된 문화시설이 가장 적합한 것 같습니다.

이훈희 : 타당성 용역에 주민대표들이 들어가지 않나요? 연구용역서 과업을 낼 때, 주민자치를 염두에 두고 해야 하는데요, 시에서는 그런 소통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고, 도시기획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청회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지에 미술관, 박물관, 카페, 도서관, 레스토랑 등이 있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수영장 있으면 사람들 많이 오게 되고, 그런 시설을 많이 이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삶이 함께 담겨있는 예술적인 공간 재생이 되면 참 좋겠죠.

▲ 이성재(사회자)
사회자 : 지금까지 이야기된 내용을 정리해 보면 첫 번째, 삼정동 소각장의 건립부터 운영, 다이옥신 검출, 내구연한 도래까지 주민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보상을 염두에 둔 지역 발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 두 번째로 부천 지역 내의 불균형 발전에 대한 해소 차원에서 원도심인 삼정동 지역에 발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부천시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삼정동 소각장 건설과 가동중지까지, 그리고 앞으로 건설 계획에서도 부천시의 소통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부천시가 이 지역에 대해 진정성 있는 발전 의지가 있다면, 삼정동 지역주민과 삼정동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 도시 전문가들 및 관련 기관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좌담회에 비어있는 관계 부처 '부천시 공무원'의 자리를 보면서 답답해하는 주민들 심정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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