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연구소에서 평생학습으로 진행한 ‘나는 걷는다’는 흥미로웠다. 걷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나를 움직인다는 것을 되돌아보며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모임에 참여한 청년들은 자신의 기억에 남은 길들을 그려보고 이야기했다. 그다음은 몸풀기운동, 또 그다음은 원미마을 걷기. 걷기에 재밌는 놀이를 덧붙였다. 담벼락에 종이테잎을 붙이는 놀이다. 담벼락 무늬나 긁힌 자국, 갈라진 틈, 낙서에 상상력을 보태 테잎으로 그림을 그린다. 휙하니 둘러보면 10분도 안될 거리지만 종이테잎 그리기를 곁들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재밌는 일을 하니, 재미를 알아보는 아저씨들이 오셔서 구경했다. 물론 반대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젊은이들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시간에 담벼락에 붙어있는 게 못마땅했으리라.
“이런 일이 돈이 되나.”라고 묻는 마을주민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놀이를 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집에만 있었다면, 다른 곳으로 놀러갔었다면 알 수 없었을 우리이웃이다. 그래서 신소리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사물에 이름을 짓고 불러주자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마을은 그렇게 내게 꽃이 되었다. 즐겁다.
박새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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