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에 사람이 살고 있고 어떤 이야기봇물을 안고 있는지 살펴볼 겨를이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바쁘다.’ 출근시간에 쫓기고, 약속하랴 바쁘고, 버스 놓칠세라 종종걸음을 걷는다. 예쁜 상점, 특화된 골목을 갖춘 마을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찾아간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공들이지 않는다. 생활권이 집 밖에 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웃과 알고 지낼 필요가 없다. 만나도 시큰둥하다.

▲ 기억에 남았던 길을 이야기 하고 있다.
 
 
여러 가지연구소에서 평생학습으로 진행한 ‘나는 걷는다’는 흥미로웠다. 걷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나를 움직인다는 것을 되돌아보며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모임에 참여한 청년들은 자신의 기억에 남은 길들을 그려보고 이야기했다. 그다음은 몸풀기운동, 또 그다음은 원미마을 걷기. 걷기에 재밌는 놀이를 덧붙였다. 담벼락에 종이테잎을 붙이는 놀이다. 담벼락 무늬나 긁힌 자국, 갈라진 틈, 낙서에 상상력을 보태 테잎으로 그림을 그린다. 휙하니 둘러보면 10분도 안될 거리지만 종이테잎 그리기를 곁들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 전신주의 구멍을 태양으로 표현
▲ 청년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할머니
재밌는 일을 하니, 재미를 알아보는 아저씨들이 오셔서 구경했다. 물론 반대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젊은이들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시간에 담벼락에 붙어있는 게 못마땅했으리라.
“이런 일이 돈이 되나.”라고 묻는 마을주민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놀이를 했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집에만 있었다면, 다른 곳으로 놀러갔었다면 알 수 없었을 우리이웃이다. 그래서 신소리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 사마귀가 죽은듯이 벽에 붙어 있었다. 살아있다, 그래서 Live
▲ 지나가던 아저씨가 자기 등에도 테잎을 붙여달라고 하셨다.
▲ 이 작품을 만든 청년은 티라노사우르스라며 우겼지만, 다른 청년들은 웃겼다. 토이스토리에 나온 공룡인형을 닮았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사물에 이름을 짓고 불러주자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마을은 그렇게 내게 꽃이 되었다. 즐겁다.
▲ 꽁치, 갈치.. 아무튼 물고기다
 
▲ 카네이션
▲ 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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