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예술나눔터

 
지도로 보면 춘의역과 심원중학교 사이, 주택가에 위치한 통합예술나눔터(통예나)는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일을 한다. 주종목은 흙이지만 때에 따라 종이가 될 수도 있고 가죽이 될 수도 있고 유리가 될 수도 있다.

춘의동 공방에서 만난 이정현 공동대표는 앳된 얼굴을 지녔다. 아침에 화장을 못했다며 눈썹을 스윽 그리는데,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호정(통예나 공동대표)선생님과 10년은 알고 지냈어요. 언니는 장애청소년들을 도자기 작업으로 만났고, 저는 치료실에서 청소년들과 만났어요. 각각 다른 곳에 소속돼 있었는데 공통된 부분이 섞이면서 함께 일하게 된 거죠.”

엄마 손을 잡고 쫓아간 공방은 어린 이정현씨에게 신기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때 흙을 조물거리며 소주잔을 만들었는데 도예가에게 칭찬을 받았단다. 흙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해,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나가서 흙탕물에서 뛰어 놀았다.
“그래서 비 내리는 날이 되면 엄마는 마음을 졸였다고 해요. 흙은 제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든 다 보듬어줘요. 튕겨내지 않죠. 그게 위안이 되었어요.”

작년에 일을 벌리면서 시작된 통예나는 지금까지도 풋풋했다. 통예나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을 받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되려고요.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의 일부분으로 사회적인 공헌을 하면 되는데, 사회적기업이 되려면 형식에 맞춰야하는 사업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고 있어요.”

▲ 이정현 공동대표
통예나는 사회공헌 활동과 공예놀이 활동을 한다. 사회공헌활동으로는 장애인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도예교육을 오랫동안 하고 있다. 4명의 흙수다 1기생들은 최근 전국장애인 도예공모전에서 결실을 맺기도 했다.
“흙수다 1기생들 중 몇몇은 이호정 선생님과 거의 10년을 만난 친구들이에요. 이 친구들이 크면서 직업을 고민하는데, 지금까지 배운 도예를 저버리고 다른 꿈을 꾸는 거예요. 배울 때마다 재밌고 즐겁다고 하니까, 업으로 삼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하고 있어요.”
덧붙여 장애인 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예술치료와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같이 먹고 살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같이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한다.

“오래도록 지냈으니까 익숙하잖아요. 이 안에서는 익숙하게 넘어갈 부분들이 밖에 나가면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한 친구는 타인을 경계하지 않아요. 보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인사해요. 그게 한번이면 이해 되는데 인사를 받는 입장에서 계속 인사받는 것도 불편하잖아요. 남을 따라가기도 잘하고. 그런 부분들은 미리 인지시키고 활동을 해요.”
또 다른 친구는 거미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도예작품에 그림을 그릴 때도 거미를 주로 그려 넣는다. 산왕거미, 늑대거미, 무당거미 등... 거미의 종류 뿐 만 아니라, 종류에 따른 거미줄 모양도 잘 안다.

“사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는 것도 비장애인 입장이에요. 하지만 이 친구들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기억력이 월등히 좋거든요. 단지 비장애인이 꾸려놓은 ‘사회’라는 곳에 장애인들을 소속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장애인이라는 테두리를 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공예놀이의 주체는 아이와 아이들, 아이와 부모, 지역주민이 될 수도 있어요. 저번엔 옴팡(지역공간)에서 10대에서 60대의 다양한 계층이 모여 흙작업을 했어요. 결과물을 끌어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흙을 가지고 함께 노는 거예요. 수다도 떨고. 예술치료기법인데 흙을 매체로 쓰는 거예요.”
공예놀이는 함께 노는 게 목적이다. 나이, 학력, 성별, 직위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어우러진다. 통예나는 멍석역할이다.

지난 8월 즈음, 부천에 몇몇 예술단체가 모여 소풍프로젝트를 했다. 비슷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모였다. 흙을 가지고 손으로 만지고 발로 밟기도 하고 내키는 데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른들이 너무 못 놀았다는 점이다.
“아이가 있으면 어른들이 끼어서 놀질 못하더라고요. 그게 아쉬웠어요. 다음에는 어른들만 따로 놀면서 가볍게 술도 한 잔하면서 수다를 떨었으면 좋겠어요.”

‘노는 게 제일 좋다’는 통예나 이정현 공동대표. 앞으로도 즐겁게 놀면서 통예나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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