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집에 한번 안 와?
페인트칠 했어

아빠가 원하는
그림이 나올 것도
같아서

담 밑에 풀 네 포기
안 건드리고 잘 칠했지

아빠 풀 좋아하잖아
와서 봐봐
한번 와

가장 노릇하는 막내가 칠한 페인트는 붉은 색이었다. 왜 붉은 색을 칠했냐고 물어보았다. 튀어보일라고 그랬다며 막 웃었다. 나도 따라서 막 웃었다. 풀 네 포기도 웃는 듯 바람에 막 흔들렸다.

* 어떤 대화도 당사자들의 허락이나 공개 없이 엿보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아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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