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감사장은 주지 마세요.

[공개서한]

 오정경찰서 오성환서장님, 저는 원종2동 자율방범순찰대장 오산입니다. 직장에 매인 몸이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얼마 전 저희 동을 방문하여 간담회를 하셨는데 뵙지 못하였습니다. 10여년 방범대원 활동을 했지만 경찰서장이 간담회를 한다고 각 동을 방문한 일이 없었기에 서장님과 일면식도 없었지만 서장님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장님, 뼈있는 말 한 마디 하겠습니다. 서장님은 상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아는 상식으로 상을 주는 것은 공개적으로 그동안 공로를 인정하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일입니다. 상을 받는 사람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고, 마땅히 축하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행사장에서 수상자가 최고의 귀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69주년 경찰의 날입니다. 오정구 방범 연합대에서 경찰의 날, 서장 감사장을 수여하니 우수 대원을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대원중에서 근무에 성실하고, 방범대 발전에 기여한 대원을 추천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대원이 감사장을 받으러 행사장에 갔다가 모욕만 받고 온 것 같습니다.

 일부러 시간 내서, 제복입고 참석하라 해서 했는데, 표창장을 받은 경찰 14명은 모두 단상에서 상을 받고, 감사장을 받는 22명중 방범대원 4명만을 빼고 단상에서 감사장을 나누어 주었다고 하더군요. 우리 대원은 식이 끝나기 전까지 호명이라도 할 줄 알고 기다렸지만 이름도 불러주지 않았답니다.

 경찰의 날, 그동안의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서장에게 감사장을 직접 수여받을 줄 알고 들뜬 마음에 행사장에 갔을 대원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제가 더 화가 납니다. 친구의 수상을 축하해 주기위해 꽃다발을 준비해 간 사람이 가졌을 황당함은 어떻구요. 감사장을 달라고 사정한 것도 아니고, 수상자이니 제복을 입고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어렵게 시간을 내어 축하해 줄 친구와 함께 참석했는데 이렇게 수치심을 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 간담회를 즈음하여 우수대원 감사장(경찰은 봉사자에게 주는 표창장은 없나봅니다) 추천을 해달라고 하여 추천해 주었죠. 당연히 간담회 때 공적인 장소인 주민센터에서 서장이 직접 감사장을 수여할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상 아닙니까? 그런데 말이죠. 간담회 때 줄 수 없답니다. 다른 동에서 그렇게 줬더니 말(볼멘소리)이 나왔다는 이유로 방범대 회식하는 날 식당으로 지구대 팀장이 와서 서장 감사장을 전수했습니다. 우리가 감사장 달라고 구걸했습니까? 공적인 장소에서 주지 못 할 감사장은 왜 만들어서 줍니까? 표창장도 아니고 감사장을 말입니다. 감사장에 액면가치가 있습니까? 부상이 있습니까? 뒤로 받은 종이(감사장) 한 장 어디다 씁니까? 공식적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을 때 빛이 나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뒤로 주실 거면 수표에다 ‘감사합니다.’라고 써서 주세요.

 제 경험으로는 크든 작든 수상자는 그 행사의 귀빈입니다. 대부분 수상자에게 단상 앞에 별도의 자리를 지정해 주고, 코사지나 명찰도 따로 만들어 줍니다. 감사장이라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노고에 감사해서 주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받는 사람이 충분히 축하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방범대원에게 서장 감사장이 무슨 의미입니까? 직원이여서 인사고과에 필요한 표창장도 아니고, 부상으로 상금이나 상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종이 한 장 인쇄해서 주시면서 공식행사에서 상 받는 기쁨조차 없으면 무슨 맛으로 감사장을 받습니까?

 앞으로 우수대원 추천해 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봉사활동 열심히 한 사람 행사장에 불러다 놓고 바보 만들지 마십시오. 그리고 많은 사람 앞에서, 공공장소에서 주지 못하는 감사장 만들지 마십시오. 그런 감사장 달라고 한적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경찰 생일날 악다구니를 하게 돼서 유감입니다. 지난 번 일도 있고, 그때도 강력하게 항의를 했는데 이번에 또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제 생각에 인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감사장을 아무렇게나 줘도 다 좋아할 줄 아나 봅니다. 방범대원 중에는 재력가도 유력한 명망가도 없습니다. 그래서 심야에 몸으로, 시간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쉽게 보지 마십시오. 자존심은 있습니다.

 

  경찰서 홈피에 올리려고 했는데 인증서를 받아야 하고 컴퓨터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콩나물신문에 올립니다. 혹시 오성환 서장님을 아시는 분 계시면 편지 전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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