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렬 (마보떼코스메틱 대표)

콩나물신문은 장장 6개월 이상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충격이 우리 사회에 미친 현장을 찾아 자영업자, 직장인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사람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비슷하다. “어려울수록 서로 지혜를 나누고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해요.” 현재 상황과 자구노력 그리고 정부의 대처에 대한 생각과 사람들에게 주고픈 희망의 말 순으로 이야기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저는 한국에서 화장품을 제조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마보떼코스메틱 대표 김학렬입니다. 98년 IMF 때 첫 직장이 문을 닫으면서 그해 10월 “니하오(你好)”도 모른 채 중국으로 향했습니다. 그것이 나와 중국의 첫 인연이 되었고 3년을 보낸 후 2001년 귀국해 부천 약대동에 공장을 설립하였으나 불행히도 2008년 금융위기로 다시 공장을 접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에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중국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가 싶었는데. 코로나로19로 또다시 발목이 잡혔습니다. 중국 우한(武汉)이 메인 활동지이기도 하고 물류 기지인 저로서는 직격탄을 맞은 거나 다름 없습니다. 2020년 새해에는 정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중국 춘절에 우한(武汉) 통제 소식을 접하고 나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단절되고 국가와 국가가 단절된 지금의 상황은 마치 무인지경의 허허벌판에 홀로 내던져진 듯한 느낌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를 보면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우한 봉쇄 후 전세기를 동원해 교민들을 국내로 이송하고 진천에서 15일을 격리 보호하고, 또 교민들에 대한 진천주민들의 협조를 보면서 이게 선진국이구나 하는 뿌듯함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선진국이라 부러워했던 국가들의 무너지는 모습과 그들의 대처방식에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게 되어 뿌듯합니다.

어느덧 6월도 다 지나갑니다. 우한(武汉)도 통제는 풀렸으나 중국 전체의 소비가 위축되고 심리적 불안감으로 오프라인 사업은 거의 단절된 상황이라서, 앞으로는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면서 돌파구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비대면 판매 방식으로 전환하는 시기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날개가 꺾였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바꾸어먹기로 했어요. 기업이 무너지면 다시 기회를 보고 시작하면 되는 거고, 지금은 내 날개를 잠시 쉬게 하는 시간인가 보다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 가는 중입니다.

언젠가 중국 친구들과 둔황(敦煌)이라는 곳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곳 수많은 토굴 중에서 신라 시대 스님이 거주했던 토굴을 보고서, 스님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걸어 여기까지 왔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 힘을 내서 열심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세상에 도달하겠지요. 그것이 인생 아닐까요? 저보다 더 어려운 분들도 많을 텐데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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