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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
콩나물신문
197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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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을 위해 군복을 입고 길을 나서면 어제의 그 사람이 아니다. 짧은 2~3일의 훈련이지만 예비군 훈련장에 들어서면 밖에서 어떤 일을 하다가 왔든 지에 상관없이 다 비슷비슷해진다. 상향 평준이 아니라 하향 평준으로, 몇 시간 전까지 점잖았던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다. 비딱하게 서 있는 태도는 몸만이 아니다. 마음도 정신도 비틀어진다. 해서 아무 데나 앉고 눕고, 말투가 거칠어지고 말도 험해진다. 성적인 농담도 거침이 없어진다. 물론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맘도 몸도 마치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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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4.04.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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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반하여 생기는, 빛이 도달하지 못해 생기는 그림자는 종종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려낸다. ‘어떤 일이든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지!’ 하면서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이면의 어두운 부분을 지적할 때 그림자라는 말이 쓰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빛이 있다면 어떤 존재이든 자연히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가 없는 사물은 없다. 그림자는 언제나 빛과 함께 존재하기에 빛과 그림자는 한 세트, 한 몸이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생기고,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빛을 비추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빛과 그림자는 함께 있어서 완전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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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4.02.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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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있지만 366은 없는 거, 52는 있지만 53은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일 년이라는 단위는 보통 365일, 52주까지만 있다. 때로는 366일 이상 되거나 53주가 될 때도 있다. 지난 2023년은 일요일 기준으로 53번의 일요일이 있었다. 5년 간격으로 53주가 된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뭔가 시간을 번 느낌이다. 우리는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이라는 단위로 시간을 쌓고 또 구분한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입장에서는 사람들 편의로 시작과 끝을 나누고 있으니 살짝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래도 시간을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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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신문 편집위원회
2024.01.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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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가치관에 따라 가중치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생존을 위해 갖춰져야 할 필수적인 최소의 조건이다. 이 의식주 가운데 가장 큰 부담은 주(住)일 것이다. 요즘 세상에 거친 옷을 두르고 식은 밥일지라도 주린 배를 채울 수는 있다고 믿는다. 허나 거처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옷과 밥은 어렵지 않게 내주어도 공간을 내주기는 여러 사정상 어렵다. 해가 서쪽 하늘로 저물 때 피곤한 육신을 누이고 휴식을 취할 일정한 주거 공간이 없다면 그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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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12.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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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서점에 자주 간다. 서점에 가면 책이 내뿜는 고유한 냄새가 있는데 어느 서점을 가도 비슷하게 맡을 수 있다. 나는 이 냄새가 좋다. 내게는 기대와 설렘을 담은 냄새다. 특히 머리 싸맸던 고민, 무엇인가 정리 안 된 생각을 산뜻하게 정리한 책을 만나면 흥분이 된다. 게다가 매대에 깔린 책을 보면 요즘 우리 사회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있다. 하여 책을 사지 않더라도 서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둘러보는 시간은 유명한 박물관에 가는 것 이상, 전시회 관람 이상의 가치와 유익이 있다.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책들은 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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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11.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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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의 마음과 몸의 상태는 어떤가요?” 모임을 시작하면서 진행자가 묻는다. 쉬운 질문 같지만 참 쉽지 않은 질문이다. 몸의 좋고 나쁨은 바로 느껴지고 이유도 비교적 분명하다. 숙면으로 가볍기도 하고 전날 친구들과 모처럼 달려서 무겁기도 하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감기 기운이 돌기도 한다. 이렇게 몸은 고민하지 않아도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또 과하다. 만약 마음이 자연수라면 누구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쉽겠다. 하지만 마음은 자연수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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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10.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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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 부산에서 뭉친 이후 처음이다. 급하게 서로 연락을 하고 시간을 맞췄다. 거래처 상담도 앞으로 뒤로 조정하면서 겨우 시간을 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일 장소가 가까운 곳이라는 점이다. 대전 이남이었으면 아마 여러 형편상 각자 일정에 따라 방문해서 스치듯 흔적만 겨우 볼뻔했다. 맞다.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살가운 친구들이지만 이곳저곳에 흩어져 바쁘게 살아가느라 큰일이 아니면 전체가 다 모이기 쉽지 않다.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친구들의 얼굴을 본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묻어나는 우리다.친구 어머니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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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10.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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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옛이야기 하나만 하자. 가난하지만 서로 깊이 사랑하며 행복한 부부가 있다. 이 둘의 소원이라면 자신들을 닮은 아이 한 명만 있으면 하는 것이다. 부부는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정성으로 기도한다. 아주 무더운 어느 날 지나가던 노승이 물 한 그릇 청해 마시고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그 아이는 나라를 구할 아이군요. 단 10살 생일을 넘길 수 있다면 말이지요. 부부의 선한 마음과 정성이 가득하니 내 이 자루를 주겠소, 잘 간직하시오. 이 안에 있는 구슬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요” 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침 그날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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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8.2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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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온 후 살이 너무 많이 붙었구나 싶었다. 건강을 위해서 몸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5년 전 뜻하지 않은 기회가 생겨 지인과 함께 미국 서부 지역을 다닐 기회가 있었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갖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해서 위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1번 해안도로로 내려오는 일정이었다. 빌린 승용차를 번갈아 운전하면서 볼거리를 찾아 곳곳을 살피며 다녔다. 동행한 조카는 그 당시 운전면허가 없어 그 긴 여정을 지인과 내내 둘이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긴 운전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여행이 주는 흥분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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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7.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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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들 가운데 SNS를 하지 않는 친구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구에서 멸종된 동물 가운데 가장 최근에 멸종된 종은 ‘SNS를 하지 않는 종’이지 싶다. 남녀노소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SNS로 소통하고 정보를 얻는다. 덕분에 세계 곳곳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게 되고 낯선 외국인들도 쉽게 사귐을 가질 수 있다.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 갈 때 현지의 다양한 정보를 알고 현지인만이 알고 있는 ‘찐 맛집’이나 ‘찐 명소’를 추천받아 가성비 좋은 여행을 다닌다. 하여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종일 SNS 활동으로 지루할 틈이 도무지 생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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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7.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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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물려받은 것이라고는 건강한 몸뚱아리 하나이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줄줄이 아래로 있는 세 명의 동생을 건사해야 했기에 나 자신을 돌볼 여유가 전혀 없었다. 공부는 고사하고 배곯지 않기 위해 초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기술을 배워 생계를 챙겨야 했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아버지는 무기력하고 술을 드시면 그나마 없는 살림을 때려 부수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피해 어린 우리를 놔두고 떠나셨다. 정말 죽지 못해 살았던 시절에는 원망도 많았지만, 머리가 조금 크니 어머니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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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6.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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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주제는 ‘감사’였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은 ‘최근에 고맙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말로 한 경험’을 나눠보는 것이었다. 진지하고 특별한 경우부터 아주 사소한 일상의 감사까지 각자의 상황에서 다양한 경험담이 나왔다. 한 분은 아침 출근길에 단골 카페에서 버블티를 시켰는데 사장님께서 펄을 추가로 듬뿍 넣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하신다. 12-1번 마을버스 기사님께 감사하다고 했다는 분도 계셨다. 자녀가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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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헌 조합원
2023.05.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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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가지 못할 나라.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 통일 후에는 얼마든지 열차로 갈 수 있는 유럽의 관문, 바로 러시아다. 그래도 전쟁과 코로나 확산 전에는 블라디보스토크로 여행을 다녀오는 분들이 꽤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2017년 연말쯤에 친한 지인들이 항공권 포함하여 3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3박 5일 동안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이지만 블라디보스토크만의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귀하다는 대게와 랍스터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멋진 여행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기회가 된다면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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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5.0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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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들어와라, 오늘 할아버지 제사다.”단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할아버지 기일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사를 은근히 기대하곤 했다. 평소에 배곯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제삿날이 기다려지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제사상에 올라오는 특별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과일, 떡 등 다양한 음식이 차려지지만 내가 유독 좋아했던 것은 ‘산적’이다. 제수를 준비하시는 어머니께서도 가장 많은 정성으로 마련하시는 것이 산적이다. 귀한 소고기를 넓적하게 썰어 갖은양념을 입히고 구운 산적은 제삿날이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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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4.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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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년 전이면 우리는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을 먹고 있을 때잖아!”인천에서 두바이를 거쳐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한 첫날, 쉴 틈도 없이 기자 지구의 피라미드 앞으로 데려가 침을 튀기며 설명하는 ㄷㅁ 형님에게 내가 한 말이다. 이 동네는 보통 삼천 년 정도는 넘어야 유적, 유물 취급을 한다고 한다. 정말 차원이 다르구나 싶다. 피라미드에 다가가니 돌 하나하나가 나를 압도한다. 그저 감탄사 외에 표현할 말이 없다. 어떻게 그 멀리서부터 돌을 옮겼고 또 쌓았을까?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 피라미드 규모에 놀라움은 곧이어 이런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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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3.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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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의 강력한 권면에 이끌려 시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지원했다. 짧은 과정이 아니라 1년 정도의 긴 시간이고 매주 토요일 오전 3시간을 오롯이 요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유익하고 의미가 있다고 강권하시고 마음 써주심에 감사하여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고 지원하고 과정을 시작했다.생각했던 프로그램과 조금 달라 당황하고 지속 여부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시작한 이상 마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유야 어떻든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베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결국 그분 덕분에 글쓰기에서 출발하여 무려 책을 만드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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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3.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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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어 철인데 한 번 먹어야지” 그러나 결국 먹지 못하고 보낸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농어 등 제철에 먹어야 할 생선 이름이다. 물고기마다 살과 기름이 차오를 때, 쉽게 말해 맛이 가장 좋을 때 우리는 ‘제철’이라고 부른다. 어디 물고기뿐인가? 과일, 채소 등도 제철이라는 표시를 붙여 놓는다. 맛과 영양이 풍성해지고 알이 실하게 차오르면 그때가 제철이다. 요즘은 제철, 특히 과일과 채소는 언제가 제철인지 잘 모르겠다. 하우스나 수경 재배를 통해 일 년 내 만날 수 있으니 제철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 가격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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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2.1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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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네 은행이 사라졌다. 아이들 학교와 연결된 계좌, 공과금 납부 계좌가 있는 은행인데 지점 축소로 인하여 자동화 기계만 남겨두고 철수했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고 은행이 없어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에 당장에 불편함보다는 허전한 마음이 훨씬 크다. 사실 인터넷이나 기계를 이용하는 일이 창구 직원을 통하는 경우보다 많기는 하다. 그래도 맞아주는 사람 없이 기계만 덩그러니 있는 은행이 아직은 낯설다. 모처럼 맥도날드에 갔다.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기계 앞에 선다. 여간 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익숙하지 않아 당혹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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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
2023.01.25 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