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의 실패』 / 강산 만화 / 이야기장수

젊은 친구들 가운데 SNS를 하지 않는 친구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구에서 멸종된 동물 가운데 가장 최근에 멸종된 종은 ‘SNS를 하지 않는 종이지 싶다. 남녀노소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SNS로 소통하고 정보를 얻는다. 덕분에 세계 곳곳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게 되고 낯선 외국인들도 쉽게 사귐을 가질 수 있다.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 갈 때 현지의 다양한 정보를 알고 현지인만이 알고 있는 찐 맛집이나 찐 명소를 추천받아 가성비 좋은 여행을 다닌다. 하여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종일 SNS 활동으로 지루할 틈이 도무지 생기지 않는다.

테이블에 무엇인가 차려지면 사진을 찍는다. 감성 있는 사진이 먼저다. 맛을 보는 것은 그다음 차례다. 눈치 없이 음식에 손을 대면 , 뭐야!” 하는 짜증 섞인 말을 들어야 한다. 만약 중년의 아빠가 딸과 함께 근사한 저녁을 먹는다면 기억해야 할 최신 식사 예절 가운데 하나이다. 적당히 자연스럽고 적당히 인위적인, 작품 아닌 작품 사진이 SNS에 올려진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청년 A: 젊은 친구들은 인스타그램을 하고,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페이스북을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나 역시 인스타그램을 주로 하지. 틈틈이 인스타를 보면 친구들은 날마다 멋진 곳을 찾아다니며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의 환한 미소와 세상 멋진 풍경에 어떤 맛일지 모를, 그러나 분명히 달콤새큼하며 무엇인가 이국적이며 깊고 풍성한 맛이 날 것 같은 음식 (이라고 쓰고 작품이라고 말하는) 사진을 보면 세상은 걱정 근심 없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렇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에는 그늘이 전혀 없다. 아름답기만 한 인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눈을 들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내 현실을 보니 추레한 몰골에 즉석밥과 조미김, 신김치로 차려진 밥상이다. 이거라도 먹고 아르바이트 면접에 가야 한다. 그래도 이번에 연락이 온 곳은 최저 시급보다 50원이나 더 주는 곳이다. 꼭 붙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실패하지 않으면 좋겠다.

 

중년 A: 종이 신문은 언제 봤는지 모른다. 유선 통화보다 문자나 카톡이 편하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곧 내 일에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소통이 되기에 편하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페이스북을 통해 듣는다. 세상 가장 빠르게 소식을 알 수 있다. 지난번에 재난 비상 알람에 당황스러울 때도 자세한 내용을 페이스북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나에게 SNS는 페이스북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을 하면서 내 신세가 처량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 우울해진다. 페이스북 친구들을 보면 나와 다르게 여유가 철철 넘친다. 퇴근 후 집에서 가볍게 와인을 마신다는 포스팅. 주말이면 자신을 위해 사이클 동호회 활동 등을 하면서 건강한 웃음을 짓고 찍은 사진을 보면, 일요일 내내 소파에 누워 곰처럼 지내는 나와 차원이 다르다. 어쩌면 이렇게 실패하는 삶으로 마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진다.

 

강산 만화 『루의 실패』 표지
강산 만화 『루의 실패』 표지

 

SNS를 보면 남들은 다 근사해 보인다. 실제 근사한 삶을 사는 분들도 있겠다. 허나 대부분은 무엇인가 특별할 때 기념하기 위해, 자랑하기 위해 포스팅하는 것이 또한 SNS의 속살이 아니겠는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어쩌면 별 볼 일 없는 삶. 그럭저럭 사는 삶. 오늘 하루 견딘 삶. 내일이라고 더 특별하지 않을 삶이 우리 현실에 더 가깝지 않을까?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요청받는다. 특별히 젊을수록 말이다. 그러나 그런 삶을 그냥 인정하는 것, 인정받는 것. 그것이 먼저이지 싶다.

완전 갑갑한 만화를 만났다. 고구마 백만 개를 먹고 동치미를 안 마신 답답함이 목에 차오른다. 작가 강산은 무슨 마음으로 이런 만화를 그렸을까? 읽는 내내 정신 차리라 루, 제발 정신 차려!” 하면서 의 등짝을 내려치고 싶다. 진짜 만화 루의 실패는 제목처럼 철저히 실패만을 담아낸다. 뒤에 가면 무엇인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바라지만 그저 중년 아재의 바람으로 끝난다. 실패에 의미를 묻지 않는다. 실패는 그냥 실패다. 애써 의미 따위는 찾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분간 또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실패에 실패할 때까지 계속해서 말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남태일(언덕위광장 광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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