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밟는 아이』 / 박소림 글·그림 / 우리나비

빛에 반하여 생기는, 빛이 도달하지 못해 생기는 그림자는 종종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려낸다. ‘어떤 일이든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지!’ 하면서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이면의 어두운 부분을 지적할 때 그림자라는 말이 쓰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빛이 있다면 어떤 존재이든 자연히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가 없는 사물은 없다. 그림자는 언제나 빛과 함께 존재하기에 빛과 그림자는 한 세트, 한 몸이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생기고,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빛을 비추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빛과 그림자는 함께 있어서 완전체를 이룬다.

또 빛을 희망과 기대감의 상징으로 본다면 그림자는 그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내면에 가득 품은 열망에 반하여 좌절과 실패를 염두에 두는 두려운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과 염려는 단짝이다. 희망을 기대하는 마음에 실패하면 어쩌냐고 하는 마음이 그림자로 딱 붙어 있다. 우리가 서로 반대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상은 한 덩어리인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인식할 수 있다면 참 복되고 품위 있는 인생, 어떤 갈등이나 문제 앞에서도 더 깊은 사유가 가능한 여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림자 밟는 아이』 표지
『그림자 밟는 아이』 표지

 

박소림 작가의 그림자 밟는 아이에서 그림자는 우리 내면의 모습이다. 보이는 나와는 다른 감춰진 나의 진실한 내면이다. 남들이 기대하는 모습의 나로 보이기 위해 티와 상처는 회장으로 가리고 때때로 견고한 가면으로 위장도 하지만 그 그림자인 내면은 오롯이 자기를 담아내는 진실의 얼굴이다. 진실한 얼굴은 비무장이기 때문에 상처받기도 지치게도 쉬이 하고 부끄러움도 많다. 해서 외면으로 잘 표현되어 나오지 못하기에 참 마음, 선한 의도, 살뜰한 배려임에도 그저 검은 그림자로 불린다.

어느 날 예지는 엄마의 그림자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은 전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느낀다. 다정하고 친절했던 엄마가 이상해졌다. 냉정하고 신경질적이고 사무적이다. 주변이 무관심해지고 오직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그림자가 사라진 예지의 엄마도, 형태의 아빠도, 그리고 친구 채윤이도 마찬가지다. 그림자를 빨리 되찾지 않으면 서서히 투명 인간이 되어 영영 사라지고 만다. 다른 이들의 그림자는 어찌어찌 되찾았지만 예지 엄마의 그림자를 찾기는 여간 만만치 않다. 예지는 엄마의 그림자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해서 다정하고 사랑 많았던 예전이 엄마로 돌아올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있는 그림자. 그 어두운 그림자가 표현하지 못한 우리의 속마음이라는 작가의 상상. 그리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속마음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들의 관계는 왜곡되고 서로 오해하게 만들어 결국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작가는 진단한다. 친구와의 관계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부모와 자식, 부부 사이의 관계에도 서로의 속마음이 제대로 표현되고 수용되지 않을 때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으로 인해 서로의 존재를 투명하게 대하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작가는 독자에게 더 늦기 전에 서로의 존재가 영원히 그 마음에서 사라지기 전에 잃어버리고 낯설게 된 서로의 속마음을 내어놓기를 권한다. 이것이 성적, 경쟁, 성공, 재산보다 우리에게 더욱더 소중하고 시급한 문제임을 그려낸다.

새해 주고받은 덕담 가운데 기억에 남는 말은 무엇일까? 새해 인사로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은 아마도 건강에 관련된 덕담이지 싶다. 또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는 한 해가 되라는 덕담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여러 덕담 가운데 나의 이번 설 덕담은 그대여, 더 먼저 감사하고, 더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요. 그리고 우리 서로의 마음을 지켜요!”이다.

 

남태일(언덕위광장 광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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