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365는 있지만 366은 없는 거, 52는 있지만 53은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일 년이라는 단위는 보통 365, 52주까지만 있다. 때로는 366일 이상 되거나 53주가 될 때도 있다. 지난 2023년은 일요일 기준으로 53번의 일요일이 있었다. 5년 간격으로 53주가 된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뭔가 시간을 번 느낌이다.

우리는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이라는 단위로 시간을 쌓고 또 구분한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입장에서는 사람들 편의로 시작과 끝을 나누고 있으니 살짝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래도 시간을 구분하여 쌓는 덕에 우리는 시간에 이름을 붙이고 흘러가는 시간의 시간으로 두지 않고 우리의 시간으로 구별하여 기억의 창고에 보관할 수 있다. 한 달 또는 일 년마다 우리는 경험, 추억을 담아 둔다. 훗날 꺼내서 마주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고대 문헌에서 신은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다. 그러나 사람은, 신이 하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깨닫지는 못하게 하셨다.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라는 글을 읽었다. 나의 지혜가 부족해서 깊은 의미를 깨닫지는 못해도 고대 문헌의 말에 잠시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게 된다.

 

2024년 새해 아침 소래산 일출(사진 제공 박종선 조합원)
2024년 새해 아침 소래산 일출(사진 제공 박종선 조합원)

 

신은 우리에게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을 주셨다 한다. 아마도 지나온 시간을 통해 우리의 현재가 만들어지고, 또 경험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내 구상대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정해진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신은 인간이 모든 것을 깨닫게 하지는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흘러간 시간, 흘러가는 시간, 다가오는 시간 앞에 인간은 겸손하게 서 있어야 하고 그저 지금, 이 순간 기쁘게 사는 것, 선을 도모하며 사는 것이 인간이 추구할 최고의 태도라고 말한다.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는 새해, 월초, 주초, 아니 하루를 시작할 때 기쁘게 살며 선을 도모하는 삶에 대하여 고민해 보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의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냥 지나치는 관계가 없고, 무심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아마도 나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애당초 소중한 것은 물론이지만 평범한 것들조차 소중한 존재가 되고 소중하게 볼 때 더욱더 소중해지고 놀라운 삶이 펼쳐지겠다. 결국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구나하는 경험은 우리로 기쁘게 선을 도모하는 인간 최고의 삶을 살도록 해주는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새해 아침, 정원 작가의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라는 만화를 읽었다. 소박한 그림, 간결한 문체로 아홉 꼭지의 따뜻한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친구의 일상, 소소하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감정과 관계 그리고 사연을 소중함이라는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친구 할머니가 끓여주신 퉁퉁 불어 터진 짜장라면과 우유의 조합은 최악이었지만 훗날 할머니를 떠난 보낸 친구를 위해 퉁퉁 불어 터지게 끓여내는 모습은 독자에게 진짜 소중함이 무엇인지 새삼 알게 한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표지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표지

 

신은 오늘 하루 24시간을 주었다. 아니다. 신은 구분 짓지 않는 시간을 주셨고 우리가 그 시간을 나눴다. 우리는 하루, 한 주, 일 년으로 시간마다 이름을 붙이고 추억과 경험을 쌓는다. 분명 이런 지혜는 소중한 것을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 또 후에 보니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더라는 가르침이 분명하다. 분주한 일상에 비해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이 만화를 펼쳐보자. 온통 소중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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