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마음』 / 단춤 글·그림 / 세미콜론

지금 자신의 마음과 몸의 상태는 어떤가요?” 모임을 시작하면서 진행자가 묻는다. 쉬운 질문 같지만 참 쉽지 않은 질문이다. 몸의 좋고 나쁨은 바로 느껴지고 이유도 비교적 분명하다. 숙면으로 가볍기도 하고 전날 친구들과 모처럼 달려서 무겁기도 하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감기 기운이 돌기도 한다. 이렇게 몸은 고민하지 않아도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또 과하다. 만약 마음이 자연수라면 누구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쉽겠다. 하지만 마음은 자연수가 아니라 정수, 유리수를 넘어 실수 그 이상의 체계를 갖는다. 12 사이에 무한한 숫자가 있듯이 좋다라는 말에도 수만 가지 색깔과 사연을 품고 있기에 내 마음일지라도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마음을 돌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물어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질문을 받아야 생각도 할 것인데 묻는 사람이 없으니, 고민조차 안 했다. 더구나 애당초 우리 형편이 마음을 찬찬히 살필 여유가 없기도 하다. 어쩌다 문득 마음을 담아내도 표현할 용기가 없다. 속을 드러내는 것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자신의 패를 먼저 보여주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몸을 돌보는 그 이상으로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일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해서 요즘은 마음을 드러내도록 권장하는 분위기다. 더 이상 부끄럽거나 두려운 일이 아니다. 적절하게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안전한 모임을 꾸리기도 하고 기존 모임에 참여도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의 마음을 점수, 색깔, 날씨, 음식 등으로 표현하는 능력 아닌 능력도 갖췄다.

모임에서 자신의 마음을 색깔이나 날씨로 표현해 보라고 하면 초등학생들도 막힘없이 설명한다.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설레는 마음도 있고, 파란 가을 하늘의 에너지 넘치는 친구, 붉은색으로 짜증을 드러내고 회색으로 슬픈 마음을 나타내는 친구가 있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소감을 듣자면 내 마음을 표현하니 정리되는 느낌이고 다른 친구들의 마음을 알 수 있어 친구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라고 한다. 최근 직접 들은 7살 친구의 속이 후련해요!”라는 소감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7살의 어린 친구도 나름 맺힌 것이 있었구나 싶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평가. 판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표현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과정이라는 확인했다.

 

『이달의 마음』 표지
『이달의 마음』 표지

 

가을비로 추석 전후를 달래더니 가을이 훅 치고 들어 왔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가을 하늘이 청명하다. 하늘을 향해 그리운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 가을 하늘 아래 그 친구에게 내 목소리를 전해줄 것 같다. 내 마음을 가을 하늘에 던지면 하늘 품에 담아 파스텔의 수채화로 담아낼 것 같다. “너는 왜 그래?”라고 되묻지 않고 그냥 그대로 내 마음을 담아서 그려주지 않을까? 가을 하늘은 분명 그럴 것 같다. 아니 가을은 그런 계절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마음을 담아낼 계절이 필요하고 나는 그런 계절로 가을을 택하고 싶다.

1월부터 12월까지, 고이 접어두었던 순간을 하나씩 펴보는 시간, 이달의 마음은 시의 한 행 같은 작가 단춤(기분 좋게 추는 춤, 살랑거리는 춤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의 만화다. 3월부터 5월의 봄, 6월에서 8월의 여름, 9월부터 11월의 가을, 12월에서 2월의 겨울. 이렇게 사계절 열두 꼭지로 마음을 담아낸 고운 작품이다. 큰 웃음이 주는 유쾌함이 있다. 허나 옅지만 잔잔한 미소는 멀리 오래 퍼지는 여운이 있다. 큰 감동은 마음을 움직이고 소소한 공감은 부드러운 위로를 준다. 단춤의 이달의 마음이 그렇다. 깊어져 가는 가을, 이 가을 하늘에 자신의 마음을 담고 싶은 분들과 함께 읽고 싶다.

 

남태일(언덕위광장 광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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