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러시아』 / 시베리카코 만화,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당분간 가지 못할 나라.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 통일 후에는 얼마든지 열차로 갈 수 있는 유럽의 관문, 바로 러시아다. 그래도 전쟁과 코로나 확산 전에는 블라디보스토크로 여행을 다녀오는 분들이 꽤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2017년 연말쯤에 친한 지인들이 항공권 포함하여 3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35일 동안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이지만 블라디보스토크만의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귀하다는 대게와 랍스터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멋진 여행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쉽게 갈 수 없게 됐다. 이 글을 쓰면서 앱인 스카이스캐너로 항공권을 조회해 보니 화면에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라 러시아 여행 콘텐츠를 표시할 수 없다라는 안내가 뜬다. 코로나에 이어 작년 2022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막힌 하늘길이 쉽게 열리지 않을 전망이라 마음이 무겁다. 여행도 여행이지만 세상의 그 어떤 전쟁에도 반대하는 나는 속히 전쟁이 중단되길 간절히 바란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한국 정부가 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빚어내기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를 볼 때 조금의 기대도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베리카코 만화, 김진희 옮김 『맛있는 러시아』 표지
시베리카코 만화, 김진희 옮김 『맛있는 러시아』 표지

 

만화 맛있는 러시아는 일본인 작가 시베리카코의 작품이다. 나만의 웃기는 느낌이지만 작가의 이름이 시베리... 뭔가 이름에서부터 러시아와 친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신랑이 러시아인이다. 작가인 시베리카코는 일본으로 유학을 온 신랑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다. 현재는 일본에 살고 있지만, 신랑의 고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년 동안 지냈다. 바로 그 1년 동안의 러시아 거주 이야기로 특별히 러시아살이로 경험한 일상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에피소드에 등장한 음식 만드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러시아 요리책으로 삼아도 되겠다. 대부분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이고 소스 정도만 구하면 되니 더 좋다.

당연하기도 하지만 재밌는 지점은 일본인 작가의 시선으로 러시아 문화를 보기에 일본과 러시아의 음식, 생활문화의 차이를 알 수 있고, 거기에 더하여 한국과 일본,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 차이도 덤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일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한방에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예전부터 마트에서 물건을 사도 봉툿값을 받았던 모양이다. 한국과 일본은 봉툿값을 받기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다. 한국과 러시아는 채소나 과일을 사면 중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지만, 일본은 개수로 정하는 모양이다. 육류는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얇게 썬 고기를 판매하고 소비자 대부분이 그런 고기를 중량에 따라 사지만 러시아는 덩어리째 판매를 한다. 비록 불법이긴 하지만 한국 지하철의 재미 가운데 하나는 물건을 파는 분들을 만나는 것이다. 요긴하기는 하지만 없어도 크게 아쉽지 않은 기발한 물건을 유쾌한 입담으로 풀어내면 오후의 나른함이 사라진다. 그런데 러시아도 그런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일본은 상상할 수도 없다지만 말이다.

가장 가까운 유럽인 러시아, 심리적으로 두렵고 낯설게만 느껴지던 러시아를 가깝게 만난다. 특별히 러시아 시민들이 즐기는 일상의 음식에 대해 알 기회가 없었는데 이 만화를 통해 조금 알게 된다. 허나 이제는 쉽게 러시아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아쉬움이 더 크다. 바라기는 러시아의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침에는 살라미를 올린 흑빵과 보르시를, 저녁에는 사슬릭과 감자를 벗들과 나눌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도 세상의 전쟁에 반대한다. 전쟁을 당장 중단하라!

 

남태일 (언덕위광장 광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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