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이들이 숲에서 역할놀이를 합니다. 서로 역할을 정하고 각자가 맡은 역할에 맞춰 놀이를 합니다. 어떤 놀이를 하는지 궁금해 유심히 살펴봅니다. “야 너는 에반해!”, “너는 피닉스야.”, “나는 타노토스가 좋은데...” 등 만화 속 이야기를 가져와서 놀이를 합니다. 다른 나이대의 아이들은 다른 역할 놀이를 합니다. “나는 니타다.”, “콜트가 멋지지 않냐?”. “아냐 타라가 더 좋아”, “무슨 소리 이번에 나온 비비가 더 좋아.”, “크로우 변신하면 더 세!” 등 게임 속 캐릭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역할 놀이를 합니다. 대부분 어른들은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아이들이 주로 보는 만화나 게임에 나오는 역할들이 많습니다. 주로 나이가 어리면 만화 속 이야기를 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게임 속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나이에 따라 역할놀이의 종류가 바뀐다기보다 다수가 먼저 경험한 것을 놀이의 주제로 사용합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질문을 하십니다. 아이가 밖에서 놀아도 다 게임이나 만화 속 이야기만 한다고 걱정을 하십니다. 아이가 계속 앉거나 누워 만화만 보고 게임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아이들과 놀이를 할 때 놀이 주제로 이용하는 것인데 문제가 될까요?

어린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할 놀이를 합니다. 이미 성인이 된 부모님들도 역할 놀이를 했을 것입니다. 엄마 아빠 놀이, 칼싸움 놀이, 총싸움 놀이, 장사 놀이, 요리 놀이 등등 수많은 종류와 많은 시간을 역할놀이로 보내셨을 겁니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그 당시 부모님들이 아이가 칼싸움을 한다고 무섭다며 걱정하셨을지 생각해보세요. 아마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놀이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보셔도 아이들 장난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을 겁니다. 성인이 되어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즐거운 추억으로 느껴질 수 있는 놀이들입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교수는 ‘배우는 것은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보고 배운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보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들입니다. 아이들의 역할놀이는 세상을 보고 느낀 대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시대에 따라 놀이도 변화를 해온 것입니다. 도시화되기 전에는 자연의 삶이 주제를 이룹니다. 농사짓는 놀이, 농장 가꾸는 놀이, 집안일 하는 놀이 등입니다.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로 군인, 경찰, 소방관 등 다양한 직업에 대한 놀이를 거쳐 지금은 동영상 속 이야기, 만화, 게임에 나오는 역할들을 이용해 놀이를 합니다. 요즘에는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표현으로 애완동물 역할놀이도 종종 눈에 띕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강아지나 고양이가 됩니다.

과거 역할놀이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미디어에 영향을 좀 더 많이 받는 것 입니다.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정보의 양 차이가 과거와 지금은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과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어른처럼 성장하기를 원했던 것에 반해 지금의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모방하며 상상하는 기쁨이 더 큰 것 입니다.

상상하는 창조적 놀이는 재미있습니다. 스스로 하는 놀이는 규칙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역할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 미치는 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도 상상으로 채우며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아무 장식 없는 막대기도 상상으로 훌륭한 장난감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텅 빈 현실도 상상으로 풍성해 집니다. 풍성한 생각은 재미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는 ‘밈’이라는 용어로 문화 자체는 목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단지 자연선택을 받아 살아남기 위한 유전자의 행동으로 뇌는 문화를 모방한다고 합니다. 모방한 개인은 사라져도 새로운 문화는 살아남습니다. 창조적인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며 모방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상상하고 새로움을 경험하고 표현할수록 아이는 사라지는 개인이 아닌 문화창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역할놀이를 하는지 걱정하기보다 스스로 느낀 것을 표현하지 않고 만화나 게임을 무작정 소비하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만화를 통해 더 많이 상상을 하고 게임을 통해 더 많은 놀이를 생각해 낸다면 그 만화나 게임은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 주변에 TV나 핸드폰이 있다면 상상하기보다 소비하기 쉽습니다. 생산과 소비, 둘 중에 더 쉬운 것을 하려는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같습니다. 생각과 상상을 하기 좋은 공간을 마련해 주세요. 서재나 놀이방도 좋고 근처 공원도 좋습니다. 주변에 자극이 적은 곳에 갈수록 상상력은 높아집니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도시적 자극이 적은 인근 숲에 자주 가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자주 갈수록 아이는 스스로 놀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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