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이 사라졌을 때 인생이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절망 속에서 다시 재기를 준비했지만 쉽게 기회가 오지는 않았다. 그러다 운이 좋게도 시험에 합격해서 공무원이 되었다. 모든 게 고마웠고 모든 게 감사했다.

그렇게 모든 상황과 사람들에게 고마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원이 되고 나서 민원인들에게 내가 제일 많이 들은 많은 “고맙습니다.”라는 말이었다. 내가 맡은 첫 직무가 '이웃돕기' 관련 업무였기 때문이다. 쌀, 라면, 반찬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마스크와 손 소독제 같은 방역 물품까지 많은 것들을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었다.

 

그때마다 도움받는 대상자로 선정된 분들은 연신 “고맙습니다.”는 말을 나에게 했다. 내가 주는 것도 아니고 시에서, 정부에서, 때로는 어느 독지가가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래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 그 말을 듣는 것이 죄송해서, 나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그분들에게 했다.

물론 때로는 험악하게 날 다그쳤던 분들 때문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런 안 좋은 기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곧 다른 어떤 분의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정화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마움의 인사가 끊이지 않던 그 일을 새로운 인사 발령으로 인해 관두게 되었다. 순환하는 공무원 직무의 특성상 언젠가는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시간이 오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렵게 삶의 새로운 기회를 잡았을 때, 그 첫 직무가 '이웃돕기'였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다. 끊임없이 고마운 마음을 나누었던 이 경험이, 앞으로의 공무원 생활에 큰 버팀목이 될 듯싶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감동과 가르침을 주었던 모든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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