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그동안 산학교 교장으로 지내시던 달님의 퇴임식이 있었다. 공교육에 자녀들을 보내기가 싫어서 몇몇 부모들이 함께 힘을 모아 최초의 초등 대안학교인 산학교를 시작하셨다. 그 중심에 계셨던 달님께서 그동안의 학교 생활을 정리하고 퇴임 하는 아쉽기도 하고 기념적이기도 한 그런 날이었다. 퇴임식을 위해 부모, 교사, 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이런저런 준비를 했고 나는 개인적으론 학생들과 함께 할 공연을 준비했다.

아이들과 함께 스쿨오브락 같은 근사하고 재미있는 밴드부를 한 번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시작한 산학교 생활이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과 그 마력같은 목소리에 매혹(?)되어 교사를 꿈꿨던 지난 날이었다. 그러나 음악과 밴드에 흥미가 없고, 특히나 ‘음악이라는 영역이 아이들과 소통하기가 꽤나 쉽지 않구나’와 같은 좌절을 경험하곤 했다. 가끔 먹을 것으로 유혹(?) 해서 공연에 참가시키면서, 아이들이 음악에 꽤나 심취했구나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비틀즈 음악에 빠져서 드럼을 직접 배우기 시작한 한결이와 그동안 교회 찬양팀에서 꽤나 실력을 쌓은 현우, 기타를 칠 수 있는 교사 자연이 함께 하기로 했다. 시간표에 동아리 시간으로 밴드부 연습 시간도 잡혔다, 꽤나 기대되는 시작이었다. 거기에다가 지나가는 말로 ‘함께 하실래요?’ 한마디에 그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이 노래, 저 노래 하자는 학부모 회장님. 그분께서 노래 잘하는 분 몇 분이 더 있다며 줄줄 꿰어서 내게 명단을 제시했다. 그리고 음향장비를 전문적으로 다루시는 학부모 가정에선 피아노 연주와 음향장비 지원으로 힘을 모아주셨다.

동아리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에 계속 모이고 꽤나 타이트하게 연습을 진행했다. 아이들과 함께 연습을 하고 라면과 국수를 같이 먹으면서 도원결의를 다짐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연애상담 등 고민들도 함께 나누면서. ‘행복이 별 게 있냐, 이렇게 좋아하는 거 하면서 맛있는 거 먹으면 되지’ 하며 그렇게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니 참 행복했다.

교사의 삶으로 가장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꼽아보자면 아이들이 뭔가를 재밌어하고 흥미를 느낄 때가 아닐까? 그 한 순간을 위해 이런저런 준비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교사의 책임이자 의무인 것 같다. 이번 계기를 통해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함께 공연을 준비하며 생각보다 재밌다는 말들을 서슴없이 해대었다. 그 말이 내겐 큰 행복이고 뿌듯함을 넘어 충만함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행사를 해도 되겠나 걱정도 많았지만 방역지도와 참석자 제한에 힘을 썼다. 또한 주민들에게 큰 음향으로 민폐가 될 만한 상황에서 큰 문제 없이 공연을 마쳤다. 끝나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공연한 것을 보며 소감을 나눌 땐 재밌었고 함께하는 시간, 연습해가는 시간이 즐거웠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공연 전 날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뭔가에 강하게 사로잡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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