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옥 조합원은 배우는 게 많다. 그중에 커피가 가장 재밌다고 한다. 나중에 커피 가게를 열고 싶다는데, 결정적으로 창업할 돈이 없단다(웃음). 이런 거(인터뷰) 안 좋아하다고 하면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낸다.

“혜민 씨(콩나물 열성 조합원) 알기 전에 콩나물신문을 알았어요. 꿈여울도서관에서 신문을 보았죠. 아 이런 것도 있네? 하고 신기했어요. 거기가 오정구잖아요. 그래서 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서 내는 신문인 줄 알았어요. 부천시여성노동자회에서 콩나물신문을 다시 보고 협동조합 신문임을 알았죠.”

박재옥 조합원은 1989년에 부천에 왔다. 중동 신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이었고, 포도밭이 있는 시골이었다. 그녀는 중, 상동 시장이 시골 오일장 같았다고 한다. 작은 중소기업들이 다닥다닥 모인 곳이었는데, 2000년대 이후로 신도시가 생기고, 길주로 대로변에는 마트와 백화점이 7개나 생겼다.

“부천에 LG백화점 생기고, 그게 롯데백화점으로 바뀌고 아주 흥했죠. 이마트 생기고 동네에 셔틀버스가 다녔는데, 엄마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예전에는 부천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신도시가 생기면서 많이 변했죠. 하지만 삶의 질은 비슷비슷해요. 겉으로 보면 백화점이 있어서 부유층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죠. 부천에 대해서는 한 번쯤 거쳐 가는 곳, 집값이 싼 반면에 서울이 가깝고, 인천까지 들어가기는 아닌,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 많아요.”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낳은 후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한다.

“부천교육환경에 문제가 많아요. 사교육에 전적으로 의지해요. 엄마들이 노력해서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학교와 학원에 보내는 게 전부죠. 아이가 계남초등학교 학군인데, 사람들이 학군이 좋다고 해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 좋으냐고 물어보면, 별다른 게 없어요. 어떤 사람이 도서관이 좋다고 하는데요, 막상 가보니 학교 2층 구석에 도서관이 있어요. 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저 구석에다 처박아둔 느낌이 들었죠. 책도 똑같은 것을 20~30권두고요. 이 정도의 도서관이 잘 되 있다고 말하는 게, 실망스러워요. 무언가 정말 하려는 마음이 안 보인 달까요? 제도권 교육이 마음에 안 들어서, 대안학교를 가야 하나 하는데, 요즘에 대안학교는 귀족학교잖아요. 오늘 기사를 봤는데, 송내동에 9학년제 발도르프 학교가 생겼다고 하네요. 한번 가서 둘러봐야 할지 고민이에요.”

부천에서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니, 동네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나>, <나의 삶>만 생각하는 사회이다 보니, 박재옥 조합원이 생각하는 것들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할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부천시의회 의정 모니터링단 활동을 해요. 제가 1기인데, 회의에 한번 참석했어요. 가보니 시민이 모니터링 하러 오니 눈치는 보더라고요. 의원들이 시민에게 명함 주면서 거들먹거리는데, 그분들 동네에서 만나면 그냥 동네 아저씨거든요. 의원들이 자신의 위치를 뽐내지 않고, 동네와 지역을 위해 구석구석 다니면서 모르게 활동하고, 말도 그렇게 하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왜 뽑았을까? 다른 사람을 뽑았으면 달랐을까요? 답답하죠. 그리고 김만수 시장 털털하게 봤는데, 요새 욕을 많이 하더라고요. 문예회관 백지화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추진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잘못 뽑았다 싶었죠.”

박재옥 조합원은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다. 어딘가 소속되어서 내 모든 걸 던지고 싶지 않단다. 그녀는 어떤 문제를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건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런 태도가 싫죠?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싫은 소리를 하니까요. 하지만 어디에 속하지 않고, 밖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유지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의 팔목에 감긴 손목보호대를 보았다, 커피를 따르는 연습을 많이 해서인가 싶었다. 언젠가 커피 가게를 열고, 일에 풍덩 빠져있을 박재옥 조합원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무엇이든지 하나를 해도 영혼을 담아 하려는 사람, 그래서 더 조심하고 망설이는, 박재옥 조합원이 만드는 커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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