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숲속에 산다 출판: 뒹굴 저자: 홍경원

여전히 COVID-19의 확산으로 정상적인 일상이 위축되었고 그 여파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이 어려운 시기, 우울한 마음을 말장난으로 한번 웃고 가는 일도 있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마도 ‘확 찐 자’가 아닐까 한다. 확진 판정으로 격리 입원하는 분들 말고도 자가 격리자, 그리고 거리 두기로 외출을 자제하고 가급적 집에 머물면서 먹기만 하고 활동량이 줄면서 살이 확 쪘다는 의미이다. 평소에 귀찮아서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COVID로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성인들의 운동량 감소도 문제이지만 특별히 청소년들의 ‘방콕’ 현상은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며 신체적,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회를 그들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을 만나보면 SNS, 게임 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걱정을 한다. 그나마 학교를 다닐 때는 최소한 등하굣길이라도 걷고, 쉬는 시간, 체육 시간이면 콧잔등에 땀이 맺히기라도 할 텐데 지금은 다들 나무늘보가 되었다. ‘밥 먹으라’ 불러도 방 밖으로 나오는 데 반나절 이상은 걸린다. 게다가 학교 운동장까지 폐쇄가 되니 청소년들은 햇빛을 볼 기회를 차단당했다. 여럿이 어울려 뛸 수 없으면 산책이라도 하고, 뒷산 언저리라도 가면 좋으련만 우리 친구들은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하긴 COVID-19 이전에도 산보다, 산책보다 인터넷 게임이 더 좋았으니 바깥나들이가 조심스러운 이때에 굳이 마음이 동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할 수만 있다면 핸드폰을 들고 벽지인 양, 장판인 양 붙어 있는 자녀들을 따뜻한 여름 햇살 아래로 데려가고 싶다.

도서관에서 보이는 전망이 참 좋다. 길 건너 범박산의 나지막한 언덕의 짙은 녹음이 눈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준다. 커피를 한 잔 앞에 두고 창가에 앉아 중간 광고 없는 ‘계곡, 물소리, 새소리- 자연의 소리’를 찾아 BGM으로 흐르게 한다. 비록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빌딩에 갇혀 있지만 숲속에 온 착각을 일으킨다. 우리 아이들에게 숲은 어떤 곳일까? 위험한 곳, 벌레가 있는 곳 아니면 체험학습의 공간쯤일까? 숲이 아이들에게 매력적이고 재밌는 곳은 아닐지라도 친근하고 쉼을 주는 곳이면 좋겠다. 빌딩 사이에서 훅 불어오는 후끈하고 끈적거리는 공기 말고, 공기청정기 필터에 걸러져 나오는 공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식물들이 내어주는 숲속의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방법은 없을까?

아빠의 병환으로 숲 해설가 이모와 당분간 지내게 된 윤재는 어디를 가도 심심하지 않다. 윤재에게는 핸드폰이 있다. 시골이라 wi-fi가 안 터지지만 다행히 핸드폰 충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니 핸드폰에 있는 게임을 하면 된다.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다. 오히려 이모네 집에 있는 것이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으니 어떤 점에서 더 낫다. 숲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숲 해설하는 이모를 보면서 ‘도대체 숲에 왜 궁금해?’하는 윤재. 꾀를 내서 따라가지 않고 약수터에서 내려올 이모를 기다리다가 또래 친구를 만난다. 그 친구의 이름은 ‘이릉’이다. 이름이 영 심상치 않다. 찾아보니 ‘햇빛이나 불길 따위가 매우 힘 있게 비치거나 타오르는 모양’, ‘눈이 번쩍번쩍하게 빛나는 모양’이란다. 숲을 마구 사랑할 것 같은 친환경적 이름은 아니지만 범상치 않다. 핸드폰 외는 친구가 없던 윤재는 이릉이와 함께 숲을 친구 삼아 노는 법이다. 숲에서 윤재는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 있던 진실과 마주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그리고 필요한 그 무엇을 깨닫는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소중하지만 잊고 있던 그것을 말이다.

홍경원 작가의 만화 ‘숲속에 산다’는 ‘자연은 소중하고 사람에게 유익을 준다’는 숲의 ‘가치’로 숲을 대하지 않는다. 대신 숲을 인격화해서 ‘숲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숲과 사람이 친구로 사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숲에 가는 것은 좋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가벼운 걸음일 수 있다. 우리 자녀들에게 뒷동산을, 공원을, 그것도 아니라면 작은 화분의 식물이라도 좋은 친구로 맺어주면 좋겠다. 잠깐, 어른들이 먼저 친구 삼아야 한다는 사실,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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