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유롭고 부담없이 야구 즐겨야

 

▲ 부천시민야구협동조합

‘누구나 자유롭고 부담없이 야구를 즐길 수 있어야한다’
첫 모임 시작이후 변함없이 지켜온 ‘부천 시민야구 협동조합(이하 부천시민야구)’의 기본정신이다
매주 화, 목 동이 트기도 전에 부천의 야구장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여 운동장을 고르고 석회가루로 선을 긋고 베이스를 놓는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눈에 보일정도로 해가 뜨면 바로 경기가 시작된다.

야구에 미친 사람들! 우리는 서로를 이렇게 표현한다. 꿀맛 같은 새벽잠을 포기하고 야구장에서 8년동안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어쩌면 자기 가족보다 깨어있는 첫 모습을 더 많이 봤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낯설게 느껴졌던 사회인야구가 몇차례의 WBC와 북경 올림픽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팀과 동호인의 숫자가 증가하였다. 이에 비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야구장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보니 주말에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팀당 평균 250-300여만원의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1년간의 사회인야구 리그에 가입해야한다. 결국 1년에 14-16경기를 하기 위해 1명이 내는 회비는 평균 30만원이니 한경기에 2만원 정도의 참가비를 부담하는 것이다.

여기에 야구는 9명이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경기에 뛰지 못하는 후보 선수들은 결국 경기 관람비가 2만원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1년 이상 출석률이 좋은 후보 선수를 거치고 실력이 어느정도 보장되어야 다음해에 겨우 주전 선수에 이름을 내밀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이런 이유가 부천시민야구의 전신인 ‘부천 아침야구’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실력에 상관없이 저렴하게 부담없이 야구를 하려면 주말을 피해 평일 새벽에 모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두달여 준비를 통해 2006년 5월 18일 첫 모임을 가졌다. 8명으로 시작된 모임이 어느 순간 200여명에 이르는 협동조합으로 커져있었다.

부천 시민야구가 기존 사회인야구와 다른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첫째, 기존 사회인야구는 팀 중심의 야구라고 한다면 부천 시민야구는 사람중심의 야구이다. 팀 단위로 참가하는 사회인야구와 달리 부천 시민야구는 매년 초 회원들을 대상으로 각 팀 감독들이 드래프트를 거쳐 선수를 선발하게 된다. 또한 팀 간 실력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언제든지 트레이드가 가능하여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

둘째, 기존 사회인야구는 9명이 한다면 부천 시민야구는 공격만큼은 13명까지 할 수 있다. 즉 타자가 13번 타자까지 들어설 수 있다. 새벽잠 이겨가며 왔는데 수비는 안하더라도 타격만큼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규칙이다.

셋째, 기존 사회인야구는 한사람 평균 경기비용이 2만원이지만 부천 시민야구는 평균 경기비용이 2천원 안팎이 된다. 심판과 기록을 회원들이 재능기부하고 함께 희생하고 만들어가기 때문에 연간 50-70경기에 소요되는 회비가 평균 10만원이다. 참고로 2014년 회비는 지난해 줄어든 경기수를 반영하여 5만원으로 결정이 되었다.

넷째, 부천 시민야구는 야구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조합원들의 물품을 자체 경매를 통해 판매하여 수익금을 모아 어려운 형편에 야구선수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거나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2011년부터는 부천 성모병원, 부천시청, 부천 소방서, 만화 작가들의 야구팀과 함께 ‘부천 자선야구 모임’을 만들고 매년 부천자선야구대회를 통해 어린이 환우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운영진 회의비 자부담 원칙 등 회원들의 자유롭고 부담 없는 야구를 위한 노력은 진행형이다.
이와 같이 잘 운영되던 부천시민야구에도 위기가 닥쳐왔다.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부의 문제로 야구장 확보가 어려워지는 근본적인 위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천에 평일 새벽에 사용할 수 있는 야구장이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존 사회인야구 사용자단체가 야구장을 민간위탁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부천 시민야구가 설 자리를 점점 잃어 가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생활 체육 행정이 생활체육 단체를 위한 행정이 아닌 생활체육을 즐기는 시민을 위한 행정으로 바뀐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이 행정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임을 지난 해 깨닫게 되었다.
2014년 부천시민야구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또 어떤 위기와 방해가 도사리고 있을지, 또 어떻게 그 위기와 방해를 함께 극복해 나가며 시민들이 자유롭고 부담 없는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다.

부천 시민야구 협동조합이 꿈꾸는 야구를 창립선언문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부천 시민야구 협동조합 창립 선언문 中>
하나, <부천시민야구 협동조합>은 야구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을 지키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둘, <부천시민야구 협동조합>은 개인주의적, 자본주의적, 성취 지향적 문화를 벗어나 특정단체의 영리목적으로 혈안이 되어 있는 사회인야구의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고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셋, <부천시민야구 협동조합>은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야구 환경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넷, <부천시민야구 협동조합>은 소외된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으며 지역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게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탤 것입니다.

1년 내내 즐거운 야구를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야구 공동체,
우리는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부천시민야구 협동조합>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부천 시민야구협동조합 : http://cafe.daum.net/morning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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