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가,족같은 출판: 구층책방 작가: 호연지

“꿈이 뭐야?”라고 물으면 대부분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아마도 ‘꿈 = 장래희망’으로 인식된 결과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때문에 꿈에 대한 질문은 주로 어린 친구들에게 묻는 말이지 성인이 되고 직업이 정해진 분들에게는 잘 묻지 않는 질문이다. 어른이 되면 ‘꿈’이라는 설렘보다 ‘현실’이라는 정글에서 어떻게 빠르게 적응하고 생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 ‘꿈’은 그저 밥상 위에 매달아 놓은 굴비 같은 이야기다.

‘나의 꿈’을 ‘무엇’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본다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사실 모든 분들이 어떤 삶을 위해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고, 그 무엇을 ‘나의 꿈이야’라고 한다. 꿈에 대해 이유를 차분히 톺아보면 나이를 무론하고 모두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는데 바로 ‘행복’이다. 물론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꿈 = 행복’이라는 등식은 동일하다. 꿈이 세계일주인 청년도, 건물주가 꿈인 청소년도, 로또 1등의 꿈을 위해 매주 복권을 사는 중년의 아저씨도 꿈의 본질은 결국 ‘행복’으로 수렴된다.

행복, 행복한 삶, 행복한 인생. 우리들의 행복을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사람이 누구일까? 또 우리들의 행복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사람, 발목을 잡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광장지기는 ‘행복’은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비록 세계 일주가 꿈이라도 겁나 불편한 사람과 세계 일주를 해야 한다면 그냥 꿈으로 간직하는 편을 택한다. 로또 1등의 당첨과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결코 바꾸고 싶지 않다. 보란 듯이 종부세를 낼 수 있는 번듯한 건물을 갖기 위해 이웃의 빈곤을 기뻐할 수 없다. 해서 행복은 혼자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계에서 비롯된다.

행복이 이웃과의 관계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면 관계의 가장 작은 세포는 가족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태어난 처음으로 맺게 되는 관계도 가족이다. 이 가족 구성원에 의해 천국을, 때로는 지옥을 맛보기도 한다. 부모와 형제자매들 덕분에 행복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생겨나는 문제와 극심한 갈등은 차라리 가족이 없는 것이 덜 불행하겠다 싶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희생, 학대와 폭력이 자행되다 알려져 종종 사회적 분노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가정에서 서로 사랑하며 아끼고, 어려움이 생기면 마음을 한데 모아 극복하는 지혜와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행복과 병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이라는 말에 사랑스러운 가족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든든하고 배부르겠다. 가족과 함께 행복하면 뭘 더 바랄까?

친밀한 사이를 표현할 때 ‘우리는 가족 같은 사이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 때론 ‘우리는 가족 같은 관계야.’라는 말에 쉼표를 하나 찍어 ‘우리는 가, 족 같은 관계야’ 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졸지에 친밀한 관계는 ‘알아서 희생, 대가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된다. 사장님이 ‘우리 회사는 가족 같은 회사야’하고 써 붙이면 직원들은 ‘우리 회사가, 족 같은 회사야’로 띄어 읽는다는 웃기지만 슬픈 말이 있다. 하여튼 가족이라는 말은 행과 불행 사이에서 왕래한다.

호연지 작가의 ‘가, 족 같은’은 만화 에세이다. 호작가는 기계공학을 공부하다 때려치우고, 해군에 입대, 중사로 전역하고는 세계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에 돌아와 독립출판물 2권을 만들었다. 앞으로 목수가 되는 것이 희망이란다. 인생 행간에 사연은 있겠지만 독특한 이력이다. 이렇게 집 나와 살다 다시 들어와 적응하면서 겪는 가족의 이야기가 재미지다. 이력만큼 독특한 가족 이야기 대신 우리 집 이야기와 다르지 않은 것이 반전 재미의 포인트다.

‘아니. 우리 가족 당연히 사랑하는데,,,, 같이 사는 건 조금 답답합니다.’ 선언하며 펼쳐지는 만화 에세이 ‘가,족같은’은 우리 집구석은 이상해, 우리만 그런가? 싶은 분, 가족이 귀찮은 분, 맘에 안 드는 형제들. 내 맘은 몰라주는 엄마, 아빠. 사소한 일로 맨날 다투는 부모, 때로는 인생에 장애물 같은 가족. 명절이 없었으면 싶고 5월이 지긋지긋한 분. 그러나 가족의 사랑이 고픈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뭐 다들 읽어보라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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