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오래되면 새롭게 단장을 하기 위해 페인트를 칠합니다. 높은 아파트들은 페인트칠을 하기 위해 지붕에서 밧줄을 달고 외벽에 매달려 칠을 합니다. 그 아래 건물 주변에는 자동차, 자전거, 화단, 나무 등이 있습니다. 페인트가 떨어져 묻을 것을 걱정해 자동차와 자전거들에는 커다란 비닐을 덮어 보호해 주었습니다. 흙과 나무, 꽃들은 비닐 없이 페인트를 온 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에 시커먼 흔적이 보입니다. 가까이 보니 껌을 붙여 놓은 흔적입니다. 나무에 붙은 껌은 봤지만 주차된 자동차에 붙여 놓는 껌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꽃이 지고 잎만 있던 길가 화단에 담배꽁초, 아이스크림 껍질, 커피 용기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습니다. 꽃집 앞 화단에 놓여있는 화초들에게 지나가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지나가다 길가에 솟아난 작은 풀밭에 침을 뱉습니다. 남의 집 앞마당 잔디에 침을 뱉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파트에 페인트를 칠할 때 자동차는 비닐로 보호하고 왜 나무는 보호하지 않았을까요?
주차된 자동차에는 껌을 붙이지 않는데 왜 가로수에는 붙이는 걸까요?
꽃집 화단에는 버리지 않는 쓰레기를 왜 길가 화단에는 버리는 걸까요?
집 앞 잔디에서는 침을 뱉지 않는데 왜 길가 풀밭에는 침을 뱉는 걸까요?

자동차는 말을 하고 나무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주인이 있고 나무는 주인이 없습니다. 말을 하는 주인이 있으면 생명이 없는 자동차도 존중을 받습니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면 생명이 있어도 존중받지 못합니다. 생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면 존중 받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나무도 아이도 듣고자 하는 사람이 관심을 가진다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표현하고 있습니다. 표현해도 못 듣는 것은 듣고자 하는 사람이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들을 수 없는 것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나무도 아이도 존중받지 못합니다.

관심은 사랑의 시작입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사랑에서 시작됩니다. 작은 생명체라도 함께 살아가는 상대로 인정할 때 사랑하게 되고 존중하게 됩니다. 사랑을 하려면 관심이 필요하고 관심은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생명에 대한 소중한 경험이 모여 사랑이 되고 사랑이 모여 존중이 됩니다. 표현하지 못하는 생명일수록 더 많이 관심 가져주고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충분히 사랑받은 생명들은 받은 사랑 이상으로 성장하고 성장한 만큼 세상에 더 많은 사랑으로 되돌려 줍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나무의 싱그러움도 세상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표현입니다.

내 주변 가로수보다 내 자동차가 중요한 사회, 생명보다 소유가 중요한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표현이 서툰 소수의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고 다수의 획일적 큰 소리만 듣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자연은 오랜 시간 다양성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인간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다양한 생명을 등한시 하고 삶을 획일화 할 때 성장은 멈추고 행복은 저 멀리 있을 것입니다.

생명은 작아도 소중하고 귀한 것입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개미부터 코끼리까지, 토끼풀부터 참나무까지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귀합니다. 우리가 자연과 거리를 두고 도시의 삶에만 몰입할 때 자연의 거대한 흐름이 도시를 덮어 버릴지 모릅니다. 코로나19보다 더 큰 위험이 닥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소유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지지하고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로인해 아이들이 자연의 흐름을 느끼고 경험하는 기회가 많아져 가족 모두가 자연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랑하며 행복한 가정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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