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남수지 인터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부천시민이 주인인 신문,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신문 <콩나물신문>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소개가 거창했나요? 하하! 먼저 현재 하는 일에 관해 소개를 부탁합니다.

“네, 부천시민의 삶과 열망이 담긴 <콩나물신문> 인터뷰에 응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시각 디자이너로 현수막, 웹자보, 포스터, 리플릿 등 지면으로 나오는 인쇄물의 디자인 작업을 해요. 간혹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단기간 사무간사를 맡아서 하기도 하는데, 가끔 ‘나는 어떤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어떤 정체성으로 살고 싶은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디자이너들 사이에는 ‘아는 사람들에게 일 받지 마라’는 불문율이 있어요."
"예술적 창작으로 승화될 수 있는 디자인이 평가절하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아는 사람들에게서 더 쉽게 그런 평가절하가 일어나거든요. 말도 안 되는 가격이나 시간이 촉박한 일감을 주실 때면, 간혹 ‘나의 존재가치가 싸고 빠른 일 처리에 이용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어요. 아마도 적은 예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업하는 과정을 잘 몰라서 그런 듯해요. 그럴 때마다 직업에 대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디자이너’라는 나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남수지 씨는 올해 개인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청년 사업가란 타이틀을 달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디자인 중인 예쁜 새 시리즈,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청년들이 지역 활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역을 위해 일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제 삶의 가치가 ‘사람’이에요."
"사람을 알아가다 보니 지역이 소중해진 거 같아요. 지역에서 만난 다양한 활동과 사람들이 즐겁고 저에게는 잘 맞는 것 같아요. 다양한 가치를 만나는 순간도 고맙고, 지역에서 만난 분들의 따뜻한 시선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사실 20대 초반까지는 최대한 빨리 부천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천에서 제 디자인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먼저 활동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좀 더 많은 청년이 지역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앞선다. 말 머리를 살짝 돌려본다.

“요즘, 너무 기뻐서 울컥할 때가 있으셨나요?”

“종종 있어요. 최근에는 모 시민사회단체 사무실에서 회의하고, 뒤풀이까지 했는데, 회의 장소를 섭외한 분이 사전에 뒤풀이까지 얘기된 것이 아니었는지 안 좋은 소리를 하셨어요. 저는 한두 달 전 일이라 잊고 있었는데 나중에 그날 미안했다는 사과의 말을 들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사과였어요. 그 자리에 있었던 제가 불편했으리라 생각하고 새삼스럽게 사과하시는 모습에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사과를 받았을 때, 고맙고 감사했어요.”

사과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비록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미안함을 느낀 그 순간에 사과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그런 어른으로 살면 멋지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떨 때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주변에서 종종 ‘왜 이렇게 까칠하게 받아들여’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난 원래 예민한 사람이야.’라고 말해 버려요. 그런데 ‘왜 예민하면 안 되는 걸까?’ 싶어요. 감수성이 다른 것처럼, 다 다른 거잖아요? 누군가가 저를 까칠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찍을 때, ‘예민한 것이 아니라 섬세한 거야’라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전에 친구가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면서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를 통해 처음 알았어’라고 얘기해 준 적이 있었어요. 다름을 존중하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친하다고 오히려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대했던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는 요즘. 그의 목소리는 더 큰 울림이 되어 내게 다가왔다. 예의를 지키면서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 이 얼마나 멋진 관계인가?

요즘 그는 전보다 더 건강해진 느낌이다. 어떤 운동을 하는지 궁금했다.

“원래도 운동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어요. 직장생활 할 때도 새벽 수영반 나가기도 했거든요. 많은 분이 여성이 운동한다고 하면 ‘다이어트 하려고 하는 거냐?’고 물으세요. 그 물음에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자존심이 상하곤 했어요. ‘난 내 몸에 만족하는데…. 난 지금의 내 모습이 좋은데…. 왜 살을 빼?’라는 생각이 들었죠. 자꾸 주변에서 누구랑 비교해서 칭찬을 받는 것이 불편하기도 해요. 그래도 운동하는 시간이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이에요. 몸도 좋아지고 체력도 좋아지고 그래서 요즘은 일이 바빠도 ‘운동 다녀올게요.’라고 당당히 말하고 나가요. 운동이 삶의 중심이 되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되고, 생협 운동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생활의 변화가 많이 있어요.”

건강한 음식에 관심이 많은 그와 앞으로도 계속 좋은 정보를 공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 좋았다.

청년으로서 기성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기성세대 중에는 너무 자기 세계에만 갇혀 있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두려움은 무지에서 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서로를 모른 채 지내다 보면 벽만 더욱 견고해지는 것 같아요. 그럼 대화를 해야 하는데, 서로 모르니 대화도 잘 안 되고….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에게 갖는 불만들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청년들을 향해 좀 더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긴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고 쓰여 있대요. 그런 걸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해요.
하지만 청년들이 ‘그런 얘기 불편해요.’라고 말을 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들여서 하는 얘기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만 얘기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불편하니 좀 존중하며 얘기하자는, 그다음 순간을 바라보고 한 얘기일 수도 있어요. 우리 20대들도 무조건 기성세대를 탓하고 벽을 쌓기보다는 마음의 문을 열도록 더 노력해야죠.”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궁금해요”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다운 삶’에 대한 기준이 없더라고요. 막연히 부족한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좋은 사람들이 정말로 많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그때그때 행복하게 사는 것에 감사해요.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고민은 좀 덜어내려고 해요.”

그는 20대, 난 50대. 나는 그보다 두 배쯤 긴 세월을 살았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면서 속이 꽉 찬 그에게 오히려 많은 걸 배웠다. 이런 만남을 기꺼이 허락한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파이팅!(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가 이선균에게 했던 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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