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즉흥적인 모습이 있다.

말을 하기 전에 음… 하면서 생각하고, 천천히 한 박자 쉬며 말하는 이유는 빨리 반응하지 않고, 생각하고 절제하며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 전 기가 막힌 타이밍에 툭 던진 재치 가득한 장난을 한 나 자신이 아주 기특해서 기분 좋게 잠을 잔다. 여행을 가도 새로운 길로 가거나 그냥 무작정 걸어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장면을 얻어 가기도 한다. 물론 어떤 때는 아무 소득 없는 개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내가 익숙해서 그런지 ‘이것이 여행의 묘미’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즉흥적인 성격이 불편할 때도 있다.

자기 전에 갑자기 불쑥 내가 했던 실수들이 떠올라 ‘아, 그 말 하지 말걸…’, ‘아 그 행동은 좀 오버였던 것 같은데…’ 하며 후회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과 상대의 말에 바로 반응하기보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반응하려고 노력한다. 긴장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즉흥적인 내 말과 행동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내 실수로 당황스러워하는 사람은 언제나 상대방이었고,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생각이 상대에게 잘 전달될 리 없었다.

나는 수업과 생활에서 아이들과 밀접하게 뒤엉켜 살아간다.

내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늘 조심스럽다. 내가 빠르게 반응하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과 다른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대게 말보다는 감정을 기억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내 말의 의도보다 내 표정, 말투, 목소리에 묻은 감정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는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빠르고 서툴게 알려주기보다, 어떤 의도였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천천히 친절하게 알려주고 싶다.

인간의 마지막 자유의지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으며, 공간에서의 선택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죽음의 수용소>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이 한 말이다. 같은 상황의 자극을 받더라도 공간의 차이로 인해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응이 그 사람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한다. 내가 무심코 한 말과 행동이 설령 내 마음과 다를지라도, 내 삶의 결을 만드는 것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이 넓으면 넓을수록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반응 방법이 많아진다. 내가 정말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잔소리하지 말고 기록하자’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어렵고 힘들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잔소리하지 말고 기록하자’, ‘잔소리하지 말고 기록하자’ 이렇게 중얼거려야 같은 상황(자극)을 다시 볼 수 있을 여유가 콩알만큼이라도 생긴다.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선택’할 수 있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나는 기록하기로 작정했다. 사진, 영상, 글 이 내 기록 도구이다. 아이들이 한 말과 수업과 생활을 기록으로 담았다.

 

기록을 하니

처음에는 내게 있는 즉흥적인 모습 때문에 아이들에게 혼란과 어려움을 줄까 걱정이 돼 기록을 결심했다. 기록을 하면서 지나가는 아이의 말과 아이들의 표정을 사진과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모든 말과 행동을 다 담아낼 순 없지만, 애써서 담아낸 아이들의 말과 장면을 다시 바라볼 때면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좀 더 잘해줄걸…’ 하며 아쉬움과 씁쓸함이 가득해 후회스럽기도 하고, 그냥 아이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면

 

서 한참을 혼자 웃기도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던 아이들의 말과 일상 속 상황을 다시 보고 다르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판단하고 단정 짓기보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기록을 왜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아이들이 예쁘고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해서 기록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내 즉흥적인 모습을 제어하려고 시작했던 기록이란 도구가 내게 소중

 

한 아이들의 모습과 시간을 나중에도 꺼내어 볼 수 있게 선물해 주었다. 그래서 2학기에도 기록을 이어갈 생각이다.

욕심을 내자면 산학교에서 하고자 하는 수업은 무엇인지, 수업 속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말, 글, 영상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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