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땅에서 울려오는 ‘삶에 대한 감사’

남미에서 유일하게 4천 년 넘는 고대 문명을 간직한 페루.

‘태양의후예’라는 뜻의 ‘잉카’ 제국의 심장을 품은 땅에서 오늘도 수천 년의 시간을 한 몸에 품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험난한 지형에서 8천 년간 안데스의 토종 씨감자를 지키며 살아온 농부들, 해발 3천 미터 산속에 빛나는 살리나스 염전에서 전통방식 그대로 소금을 생산하는 사람들, 안데스 고산 지대에만 사는 ‘알파카’를 기르며 실을 잣는 여인들과 잉카 제사장의 후예 ‘알또 미사요’와의 만남까지.

스페인 정복군에 의해 오랜 지혜와 전통의 대맥이 끊어져 나가고 식민지배가 뿌려놓은 인종차별과 가난이 짓눌러오지만, 그토록 힘든 삶의 조건을 뚫고 자신을 지켜낸 인간의 위엄이 여기 빛나고 있습니다.

“산다는 건 살아 춤추며 가는 것. 어둠 속에서도 눈물 속에서도 노래하고 춤추며 싸워가는 것.”(박노해)

대지의 노동과 내 곁의 친구와 기쁨의 노래로 충만한 삶으로의 초대.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展에서 내 삶에 대한 감사를 길어 올리시기를 바랍니다.

전시 기간│ 2014 년 11월 21일 ~ 2015년 3월 18일
전시 장소│ 라 카페 갤러리 서울 종로구 백석동 1가길 19 (부암동 44-5)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매주 목요일 휴무)
문의 전화│ 02-379-1975 홈페이지│www. racafe. kr
오시는 길│ 경복궁역 3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7022, 7212, 1020번 버스를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 앞 하차
* 라 갤러리의 전시 관람은 무료입니다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내 삶에 감사합니다.”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Maras, Cusco, Peru, 2010. 

오늘은 두레 노동을 하는 날.

안데스 고원의 감자 농사는 숨 가쁘지만

옥수수 막걸리 치차를 돌려 마시며

잠시 만년설 바람에 땀방울을 씻는다.

힘들 때 서로 기대는 인정이 살아있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관계가 살아있기에

거친 일터에서도 젊은 남녀의 노래 소리와

풋풋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쁨이 없고 노래가 없는 노동은 삶이 아니지요.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내 삶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고귀한 선물을 길러 세상에 내려보내고 있다.

안데스 고원의 감자 농사  Patacancha, Cusco, Peru, 2010.

 
안데스의 농부들은 세계에서 가장 험한 지형에서
감자를 심고 알파카를 치며 살아왔다.
감자는 8천 년 전 안데스에서 최초로 재배되었으며,
이곳 토종 씨감자는 세계의 감자가 병들 때마다
인류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의 씨알’처럼 나누어졌다.
저 춥고 높고 험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늘도 고귀한 선물을 길러 세상에 내려보내고 있다.
 
리마의 상징인 십자가상 뒤편 Cerro San Cristobal, Lima, Peru, 2010.

잉카 제국을 멸망시키고 리마를 건설한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승리를 자축하며
저 높은 산정에 세운 거대한 십자가상.
십자가 그림자는 낮은 빈민가로 임한다.
오늘도 이 땅의 원주민들은 식민지배가 뿌려 놓은
인종차별과 가난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간다.

 

 
안데스 고원의 들녘 Misminay, Cusco, Andes, Peru, 2010.


안데스 고원에 건기가 시작되면
수확을 하는 원주민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연노랑빛 귀리와 진노랑빛 보리,
연초록빛 알팔파와 진초록빛 따루이,
적갈색빛 끼누아로 눈부시게 빛나는 들녘은
대지를 화폭 삼아 노동으로 그려낸 작품만 같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 그는 대지의 농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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