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들어서 태풍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매년 오는 태풍이지만 2020년 올해는 유독 더 자주 더 많이 오는 느낌이 드네요. 기후 변화로 인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태풍이 지나고 난 후 숲에 가보면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보통 거대한 나무들이 땅에서 뿌리째 들려 옆으로 쓰러져 있습니다. 육중한 몸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우도 있고 옆 나무에 걸쳐 기대어 있는 경우도 있고 중간이 부러져 꺾여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무가 쓰러진 모습은 바람의 세기와 비의 양에 따라 양상이 다양합니다. 쓰러진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가지 유형이 보입니다. 첫 번째는 홀로 서 있는 나무들 입니다. 홀로 서 있는 나무는 바람에 약합니다. 비슷한 키로 무리를 이루는 나무들은 바람이 강하게 파고들지 못하고 주위로 흘러가지만 홀로 공터에 서 있거나 무리보다 더 키가 큰 나무는 바람을 직접 견디다 부러지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뿌리가 얕은 나무입니다. 뿌리가 얕은 나무는 비로 인해 땅이 물러지면 가벼운 바람에도 쓰러집니다. 나무의 두께가 단단해 보여도 뿌리가 얕고 좁은 나무는 쉽게 쓰러집니다.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부는 시기는 나무들도 견디기 힘든 시기 입니다. 비는 굳건한 땅을 무르게 만들고 바람은 하늘 향해 곧게 서 있는 나무를 좌우로 흔들기 때문입니다. 강한 비바람을 나무가 견디는 방법은 더 깊이 더 넓게 뿌리가 자라는 것입니다. 태풍과 장마는 매년 옵니다. 나무들은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태풍을 직접 경험하며 준비합니다. 나무들이 준비하는 것에 따라 결과는 생사를 가릅니다. 나무들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합니다. 하지만 나무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주어진 환경인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들이 너무 밀집해 자라고 있거나 바위 등으로 땅의 깊이가 얕거나 하는 것입니다. 주위 환경을 바꿀 수 없는 나무는 뿌리를 더 넓게 더 깊게 뻗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뿐입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사람은 스스로 환경을 선택해 바꿀 수 있습니다.

매년 매순간 불어오는 고난과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은 뿌리를 더 깊게 더 넓게 내려야 합니다. 동의보감에는 건강하기 위해 연령별로 해야 할 일을 권하고 있습니다. 10대까지는 하체를 발달시키는 달리기를 제안합니다. 어릴수록 상체보다 하체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머리보다 몸이 건강해야 합니다. 지식보다 인성을 쌓아야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마음껏 뛰어다니며 체력을 키워야 합니다. 무엇을 먼저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뿌리는 더 깊고 더 넓게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충분히 뿌리가 성장하면 나중에 자란 큰 줄기가 부러져도 새로운 싹이 돋아 나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부러짐에 좌절하지 않고 새싹을 틔우며 희망찬 삶을 살아갑니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뿌리를 스스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더 넓게 더 깊이 자랄 수 있도록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만들어준 환경에서 뛰어 놀며 몸으로 세상을 만나고 느끼고 경험할 것입니다. 혹시 부모님들이 함께하기 힘들다면 아이들이라도 힘껏 뛸 수 있게 허용해 주세요. 부모님의 선택이 아이들의 뿌리를 잘 키워 줄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밖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아이들의 미래 건강이 걱정됩니다. 뛰기는 커녕 걷기도 못하는 세상에서 자유와 창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환경을 바꿔 줄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밖으로 공원으로 숲으로 나가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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