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 위원장 권정오)에 노동조합 아님을 통보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이 내려지면서 전교조가 합법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근거가 되었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이 법률 위임 없이 행정처분을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봤습니다.

전교조는 해직 교사 9명을 노조에 가입시켰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고 해당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 6년 10개월간 다툼을 이어왔습니다. 현행 노조법 제2조 제4호는 ‘노동조합’에 대해 정의하면서 라목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사유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또 노조법 시행령 제9조는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시정을 요구하고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며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심은 2016년 1월 “노조법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 등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한지 여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3일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상 근거 또는 법률의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시행령에 근거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며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파기 환송(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노원합의체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요지

시행령에 규정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갖는 효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만큼 큰데 법률에 근거하지 않아 ‘법률유보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입니다. 법률유보 원칙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반드시 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로서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헌법상 노동3권은 노조를 통해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데 (법외노조를 통보받아) 노조라는 명칭조차 사용할 수 없는 단체가 노동3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법외노조 통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의 권리 의무에 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안은 국회가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이날 사실상 사형선고

대법원은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1987년 11월 폐지된 노조해산명령제도와 다름없는 제도”라며 “노동위 의결절차를 두지 않음으로써 행정관청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더 커졌다”고 말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0년 9월 노조법 시행령 9조2항 삭제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해당 대법관은 “노동조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 조합원 가입을 허용할 수 없으며 한 때 근로자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수 수도 없지만 헌법상 노동3권, 특히 단결권의 의미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이를 이유로 해당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까지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대법관들은 “법원이 합헌적인 법령과 제도에 대한 질서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정의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다른 국가기관에게 이를 따르도록 강제해서는 안 된다”며 “다수의견은 법을 해석하지 않고 스스로 법을 창조하고 있다”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대법관은 “그 동안 사회적 논란이 돼 왔던 ‘법외노조 통보’문제에 관해 시행령에 의한 노동3권의 제한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며 “이 판결이 제시한 법리에 기초해 해고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문제, 결격사유가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규율 문제 등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와 입법적․정책적 해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의를 전했습니다.

전교조 권정오 위원장은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34명 해직교사를 즉각 원직복직시켜라”며 “입법부와 노동부는 법외노조의 근거가 된 노조법과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을 개정하라”고 촉구하였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대로 노조법 시행령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제한하고, 법률유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세상으로 한 걸음 다가선 판결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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