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자, 이제 마지막 식사가 남았습니다. 출판: 애니북스 작가: 오카야 이즈미 김진희 옮김

코로나의 재 확산으로 다시 일상이 위축되었다. 그리고 방역 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무책임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시민들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긴 장마인가 싶었지만 50여 일 넘게 내린 비는 기후 위기에 따른 비정상적인 재앙이고, 북상하는 태풍들은 갈수록 강력해지면서 삶의 터전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 이럴수록 마음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데 의료계의 파업 소식은 마음 어려운 국민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다. 근간에 들어 각 이슈에 따라 표출되는 목소리는 세대와 계층의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생을 위한 양보와 타협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마치 치킨게임을 하는 모습에 사회적 파국, 나아가 인류, 지구의 종말이 시작된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도서관 관장이지만 광장지기의 또 다른 역할에 따라 문병을 가거나 장례식을 진행할 때가 종종 있다. 해서 살아온 세월에 비해 ‘죽음’을 가깝게 경험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문상 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결혼식은 참석하지 못해도 장례식은 바다 건너가 아니라면 무조건 간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있었다. 사람은 희락의 자리보다 아픔과 슬픔 앞에서 성찰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특별히 죽음 앞에서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런저런 인연들 가운데 서운하고 섭섭하고 미워했던 사람에 대한 냉랭한 마음에도 온기가 생긴다. 또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자는 다짐을 하게 되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참된 행복은 무엇인가? 다시 묻고 답하게 된다. 바쁘고 급하다는 이유로 옆으로 살짝 밀어둔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며 장례식장을 나오지 않던가?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면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나와 나 우리에게 2020년 1월부터 ‘종말’, ‘위기’,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기후 위기 등은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가 전근대적으로 특정한 계층, 계급을 희생양 삼아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특정 군이라고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비대면 사회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너, 나 그리고 우리가 우주적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운명공동체인 우리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성찰의 질문을 자신에게 한다면 그 첫 질문은 ‘죽음’이 아닐까? 광장지기는 인간에게 희망을 빚어내는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다. 하여 죽음 앞에서 누구나 슬프고 두렵고 후회를 하지만 동시에 의미를 찾고 새로운 생명을 꿈꾸는 힘이 있다고 본다. 신이 우리에게 남겨둔 놀라운 은총이라 말하고 싶다.

일본 작가 오카야 이즈미의 만화 <자, 이제 마지막 식사가 남았습니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죽기 전 마지막 식사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먹고 싶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그린 이야기다. 14명의 작가를 만나 그들이 택한 ‘마지막 식사’를 함께 하며 죽음에 대해 묻는다. 오카야 이즈미 작가는 죽음이 무섭다. 자신의 존재가 무(無)로 되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작가는 2011년 3월 도호쿠 지방의 진도 9.0의 지진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죽음을 실감하면서 두려움이 생겼다. ‘죽기 전에 먹고 싶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죽음을 미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최소한 죽는 것을 무섭지 않게 해줄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사람들을 만나는 만화다. 14명의 작가들이 고른 마지막 식사는 무엇일까? 왜 그들은 마지막 식사로 두부를, 냄비 우동을, 흰쌀밥을, 곱창구이 등을 정했을까? 그리고 오카야 이즈미 작가는 죽는 것을 무섭지 않게 해줄 음식을 과연 발견했을까? “글쎄 아직은 정하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하는 작가의 마지막 말은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하면서 광장지기는 “마지막 식사를 누구와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덤으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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