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콩나물을 만나다 – 정근수 조합원 편

지난 콩나물신문협동조합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한 대의원은 집행부가 제출한 사업계획과 예산에 대한 질문과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논의과정은 전체 대의원의 열띤 참여속에 한 차례 정회를 거치며 이어졌다. 의례히 치루는 요식행위로 끝날 수 있었던 자리를 총회다운 총회로 만들었다고 평가되었다.

이번 호 콩나물을 만나다의 주인공 정근수 조합원은 총회다운 총회의 시발점이 되었던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실 그 날 다른 약속이 있어서 빨리 일어나려 했어요. 그런데 총회 자료를 보다보니 궁금한 것도 있고 하고싶은 말도 생기더라고요. 두리뭉실 넘어가며 박수 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어떤 안건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반대할 수도 있어야 스스로의 자리에서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번 생에 돈 버는 건 글렀어요.

정근수 조합원은 30살이 되던 2000년에 부천과 인연을 맺었다. 미생물을 증식시키는 인큐베이터를 만드는 작은 배양기 공장을 내동에 차리고 사업을 시작했다. 비싼 수업료를 내며 8년간 운영하던 회사는 경험부족 등의 이유로 다른 큰 회사로 인수되고 본인은 그 회사의 직원이 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하여 생기는 메탄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거나 필요한 연료를 만드는 신재생 바이오에너지 회사였죠. 저는 엔지니어가 아닌 영업쪽 일을 했어요. 몇 년간 근무를 했지만 성과가 없어 그만두고 어찌하다 보니 백수 아닌 듯 백수로 3년을 놀았어요.”

그 이 후로 냉동기 히사의 A/S , IOT회사의 전기 기계 분야 등에서 일을 했지만 맘처럼 일이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 ‘부천공조설비’라는 이름을 걸고 에어컨, 냉동창고 등의 일을 시작했다. 다행히 알음알음 아는 분들을 통해 일을 받다보니 그럭저럭 유지는 되고 있다며 자조적인 말을 씁쓸한 웃음과 함께 내뱉는다. “이번 생에 돈 버는 건 글렀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 약자를 안아줄 수 있는 정치세력

정근수 조합원은 2002년 부천 노사모 활동을 하면서 지역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맺고 개혁국민정당에 가입을 했디. 그 후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참여당, 통합진보당, 민중당 그리고 지금의 진보당까지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 정당사의 한 흐름을 같이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제가 변화의 과정에서도 정당활동을 계속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의미있는 정치세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기 때문이예요.”

얼마전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보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냐‘라며 기본소득을 말했다. 정근수 조합원은 그 말에 공감한다며 니편 내편 가르는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를 경계하며 스스로 보수적인 편이라고 한다.

“제가 생각하는 보수는 긍정적으로 잘 지켜내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반면 진보는 긍정적으로 뭔가를 바꾸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둘 다 긍정이란 말을 담고 있죠. 한마디로 긍정적으로 지키고 긍정적으로 바꾸자는 게 제 생각이예요.”

저랑 한 잔 하실래요?

정근수 조합원이 20년 째 뿌리 내리고 사는 부천은 아이들의 고향이다. 개발과 발전이란 명목으로 여기저기 파헤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고향이 사라지는 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마저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행복한 삶에 필요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부천이란 복잡한 도시를 살아갈 수 있는 위안을 삼는다.

“제 기준으로 보면 함께 술 한 잔 마실수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 같아요. 술 먹다보면 말도 많아지고 가끔 허튼 소리나 실수도 하는데, 한 잔 더 마시면 풀어지면서 서로 이해도 하고 더 친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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