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협하는 “빚의 덫으로부터 탈출하기”

의자 뺏기 놀이의 희생자
채무자구제제도는 국가와 금융기관에서 만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신용사회에서 다수의 이익과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불가피하게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회공동체 모두가 아무 희생 없이 살면 좋지만 경제 구조상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희생당한 분들을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이는 어렸을 때 열 개의 의자를 놓고 아홉 명 만 앉게 하는 의자 뺏기 놀이와 같습니다. 누군가 한 명은 의자에 앉을 수 없으니 당연히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고 우리는 그 한 명이 안 되길 빌면서 게임을 했습니다. 신용사회에서 누군가는 희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을 위해 최소한의 무언가를 해야 하고 그것이 채무자구제제도입니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왜 권리를 포기하지?’
채무자구제제도에 대해서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 상담사로서 내담자가 채무자구제제도를 거부할 때는 ‘왜 권리를 포기하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은 부채상환 기간을 늘려서 부채를 갚는 것이기 때문에 큰 거부감이 없는데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을 제안할 때는 내담자들의 거부는 아주 강합니다. 내담자의 소득이나 재산 그리고 근로능력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해서 제시했는데 내담자가 이를 거부하면 상담사의 입장은 난처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각자 살아온 환경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상담사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때 상담사에게 채무자구제제도를 거부하는 내담자의 이유를 찾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내담자가 채무자구제제도를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신용상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고 두 번째는 스스로 재기할 수 있다는 확신,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마음입니다. 물론 특정 한 가지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가 채무자구제제도를 거부하면서 내담자가 주로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신용상의 불이익에 두려움
그 중에서 내담자들께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대출을 못 받고 카드도 못 만드는 등 신용상의 불이익에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대출과 신용카드가 유용한 수단이었는데 ‘앞으로 이를 사용하지 못하면 어떻게 살지’ 라는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을 제안할 때는 내담자는 이미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이고 부채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때문에 받는 신용상의 불이익이 5년입니다. 가까운 시일에 부채상환이 어렵다면 신용회복 하는데 채무자구제제도가 더 짧을 수 있습니다.

내 힘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
또 다른 이유로 내 힘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한 분이 있습니다. 내담자 스스로 부채를 해결하고 싶은데 이를 방해할 상담사는 없습니다. 오히려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추가 대출이나 전환대출로 일시적으로 위기를 넘기거나 더 큰 위기를 맞는 방법이라면 상담사는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안 되거나 더 이상 대부업체를 이용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오히려 과감한 결단을 요구합니다. 내담자의 재기 가능성을 존중하지만 재기하는데 부채가 발목을 잡는다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마음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마음이 강한 분들입니다. 내담자 대부분이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나 특히 강한 분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국가에 피해를 주기 싫다며 복지지원 자체를 안 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그 신념은 아주 소중한 것이기에 확고하기도 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위기를 넘기고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채무자구제제도는 권리다”, “선생님의 삶의 방향을 존중한다” 등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많은 분들은 이런 이야기에 공감도 하고 제안을 받아 주시지만 어떤 분들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분에게는 그 소신을 존중해 주면서 어쩔 수 없이 다음 상담을 기약하며 마무리 합니다.

오늘은 한명 한명이 다 풍요롭게 살 수 없는 사회구조에서 희생당하고 있는 소중한 인생에 도움을 주고 싶은 상담사의 투정으로 글을 썼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부채의 고통에서 벗어나 빨리 재기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무료 재무·부채상담은 032-675-2920 (사)일과사람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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