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사이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생활 수칙이 된 요즘, 아이들의 생활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같이 뛰어 놀고 서로 웃고 또는 다투면서 아이들이 관계 맺기를 경험하는 것인데 서로 만나는 것이 경계해야 하는 세상이니, 이런 상황이 몇 년간 지속된다면 어린 시절 추억들은 .... 안타깝다.

‘자유’ ‘유능’ ‘관계’로 바라보는 산학교

삶이란, 인간의 삶이란 무엇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아이들의 놀이, 생활모습을 관찰하다보면 아이들은 어떤 삶을 즐기고 싶을까? 어떻게 살아가고 싶을까?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 아이가 자기 생활을 즐기고 만족스러워 하며 살아가길, 또는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20여년 전 산학교 또는 곳곳에서 대안교육운동이 일어났다.

어느 사회심리학자 책에서 만족스런(행복한) 삶의 구성요소를 ‘자유’, ‘유능’, ‘관계’로 정리했다. 이 세 단어를 보면서 산학교 모습과 연결지어보았다.

‘자유’ 존재하지, 꼭 해야한다는 것이 앞서기 보단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 선택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배울 것인가 배우는 방법에 대한 요구도 있다. 선택 한 뒤 책임을 지는 것을 배운다. 또한 선택한 것에 집중하고 즐겁게 배우길 원한다.

‘유능’ 수능시험이나, 서열화 된 1등급이 아닌 나만의 분야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나는 할 수 있다’라며 도전하고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을 갖길 격려하고 지지한다. 하나의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고 만족하는 결과를 가지길 기대한다. 또는 예측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되돌아보면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길 바란다.

‘관계’ 반 친구들, 산학교 학생들, 부모님들과 다양한 관계 맺고 있다. 그래서 학년을 섞는 통합반도 구성하고 흥미, 놀이, 교육활동을 통해 다양하고 친밀한 관계 속에서 나를 만난다. 자기탐색을 하다보면 나도 보이고 옆도 보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고 애쓴다. 친구도 만나고 부모님도 만나면서 내 존재가 느껴지는 것이다. 공동체 속에서 나와 관계 맺는 사람들과 만남 속에서 대화 속에서 나는 생명력 있게 살아있는 것이다.

이런 세 가지 기준으로 산학교를 볼 때 삶이 깃들어 있는 학교. 그럭저럭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곳이 산학교이다.

아이들의 생활이 배움으로 연결되는 산학교

산학교에서 교육활동을 계획 할 때도 아이들의 삶과 생활을 연결지으려고 한다. 아이들의 생활이 연결 될 때 호기심과 흥미가 생긴다. 호기심과 흥미는 교육활동을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4•5학년 통합반은 주제학습으로 ‘마을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활동은 살아있는 수업재료이다. 가상의 마을을 세워서 그곳에서 나의 직업과 역할을 선택했다. 직업은 공공성 성격의 직업이 있고 사업자 성격의 직업이 있다. 공공성의 일을 하는 경우 마을에서 임금을 받고 사업자는 가게를 열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한다. 마을 화폐로 돈을 주고 받는다. 마을 시장은 마을의 구성원들이 소외받지 않고 자기 역할을 해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마을 헌법을 공부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마을의 위생과 치료를 돕는다. 양치질을 확인하기도 하고 응급처치 방법을 배우고 코로나19 방역을 맡아본다. 재정경제부는 마을 아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주고 사업자들에겐 가게를 열 때 부족한 자금을 대출해준다. 가게를 열고 물건을 판 뒤 소득세와 자릿세를 받는 역할을 한다. 판사와 변호사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 딱지 치면서 우길 때, 축구하면서 억울할 때, 친구가 내 물건을 함부로 쓸 때 등등의 다양한 갈등이 일어날 때 찾아가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까지 이어지도록 돕는다. 고민상담소는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멘토를 연결해주는 상상을 하고 있다.

사업자들의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놀이 체험을 해서 돈을 벌 거야”, “과학실험 체험이나 쇼를 보여주고 참가비를 받을 거야”. “나는 시원한 음료수를 팔 거야”. 집에 있는 물건을 가져와서 팔 계획이란다. 4•5학년 쯤 되니 물건을 팔고 돈을 버는 일엔 계산이 빠르다. 손해가 나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대책까지 만들어야 한다며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하며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겐 벅찬 코로나19생활수칙이 수업활동의 큰 변수가 되고 있긴 한다.

그래도 힘이 되는 것은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이다. 마을활동을 하면서 수업 소재가 넘쳐난다. 준비 단계부터 선택한 직업과 역할을 배운 아이들은 여러 가지 상황을 예측하고 질문을 하고 있다. 5학년 여자아이 지인이가 다친 곳을 응급처치하는 의사 지인이로, 4학년 남자아이 은준이가 갈등을 진지하게 듣고 상호이해를 돕는 판사 은준이로, 4학년 원준이가 가게를 열어서 돈을 버는 사업가 원준이로 자기 모습을 창조할 수 있다. 마을 활동을 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아이들간의 상호작용이 더욱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마을활동이 더 진행되면 다음 호엔 생생하게 살아있는 교육활동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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