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강아지와 함께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강아지의 가슴과 어깨에 끈이 묶여 있고 그 끈의 끝을 주인이 잡고 있습니다. 주인과 반려동물이 산책을 나왔나 봅니다. 주인은 한손에 줄을 잡고 한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습니다. 강아지는 이것저것을 살피며 놀이를 합니다. 신이 난 강아지는 주인의 다리 근처를 서성이며 꼬랑지를 흔들어 댑니다. 그런데 주인은 핸드폰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합니다. 주인의 시선을 받지 못한 강아지는 주인을 떠나 혼자 놀이를 하러 갑니다.

놀이터가 보입니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시이소,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를 타기도 하고 모래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기도 합니다. 놀이터 주변의 벤치에 아빠가 앉아 있습니다. 아빠와 아이가 놀이를 하러 나왔나 봅니다. 아빠는 벤치에 앉아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습니다. 아이는 이것저것 놀이를 합니다. 놀이에 신이 난 아이는 아빠 근처로 와서 같이 놀자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아빠는 핸드폰에서 잠시 시선을 떼고 아이에게 “어 좀 있다. 이것만 보고.”라고 이야기하고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아빠의 수락을 받지 못한 아이는 시무룩하게 아빠를 떠나 혼자 놀이를 하러 갑니다.

숲에서 가족이 보입니다. 아이는 숲에 있는 다양한 생물을 만나러 이것저것 구경하기 바쁩니다. 주변에 돗자리를 깔은 부모는 자리에 누워 있습니다. 아빠, 엄마, 아이가 숲에 놀러 나왔나 봅니다. 부모는 돗자리에 앉아 한명은 핸드폰을 보고 한명은 누워 있습니다. 아이가 놀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는지 부모를 향해 외칩니다. “여기 신기한 게 있어! 어서 와 봐!” 부모의 대답은 “어, 나중에 볼게”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잠시 시무룩하다 다시 혼자 놀이를 합니다. 마치 예상이나 한 것처럼 말이죠.

강아지와 산책하는 주인과 아이와 놀이터에 놀러온 아빠와 숲에 온 가족의 이야기는 장소만 다를 뿐 상황이 비슷합니다. 함께하려고 나온 장소에 함께 하지 않는 상황들입니다. 둘 이상이 함께하는 산책, 함께하는 놀이는 모두 상대가 있고 그에 맞는 목적이 있는 행위입니다. 상대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관계를 깊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동행한다는 의미이고 반려자라는 의미입니다.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떠올려 보세요.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잘해주고 싶어 더 열심히 살피며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려고 했던 마음을 떠올려 보세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면 서로 목적이 달라 함께할수록 관계는 약화될 뿐입니다.

강아지와 주인도, 아이와 부모도, 남편과 아내도, 오래된 연인도 형식적이고 의무적으로 생활을 하다보면 관계는 약해집니다. 약해진 관계는 유기견으로, 자녀와의 대화 단절로, 부부간의 서운함으로, 연인은 헤어짐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지금에 집중하지 못하면 미래의 행복은 멀어질 뿐입니다.

가을의 하늘은 맑고 높습니다. 공기는 상쾌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햇볕은 따뜻합니다. 당장이라도 집밖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연을 느끼고 경험하기에는 놓치면 아까운 계절입니다. 잠시라도 틈을 내셔서 마스크를 쓰고라도 아이와 공원이나 근처 숲에 가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놀 마음의 준비는 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자신을 위해서 숲에 가시면 좋겠네요. 행복한 부모를 보면 자녀도 행복해 집니다. 미래에 더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이번 가을 꼭 자연과 함께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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