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자취로운 생활 출판: 황금부엉이 글.그림: 츄카피

어린 시절 불장난은 상당히 재미난 놀이였다. 물론 불장난을 하다 걸리면 경을 치기도 했지만 대보름 즈음에 쥐불놀이는 허락 받은 불장난이었다. 페인트 통을 구해 본부 불통으로 사용하고 각각은 분유통이나 통조림 깡통에 못질로 바람구멍을 내고 철사로 끈을 만들어 돌렸다. 동네 뒷산에서 두 패로 나눠 윙윙 돌리다 던지면 밤하늘에 장관을 이뤘다. 땅에 떨어져 뒹구는 재를 모아 담아 다시 돌리며 휘리릭 휘리릭 하며 거세게 불이 붙는다. 사십 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설레는 마음이다.

갑자기 어린 시절 불장난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자취’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불장난과 비슷하다 싶어서다. 사전에는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생활함(표준국어대사전)’이라고 하고, 한자로는 스스로 자, 불 땔 취를 쓴다. 곧 자취는 ‘스스로 불을 떼서 밥을 해 먹는 것’이다. 자취는 불장난만큼 설레는 일이고, 설레는 만큼 자칫 ‘밤에 오줌 싸는’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보통 자취는 학교나 회사가 멀어 매일 오고가기 쉽지 않을 때 하게 된다. 부모님이 있는 집을 떠나 홀로 지내기에 아무래도 부모의 간섭에서 자유롭다. 자취에 대한 기대는 여기서 비롯된다. 내 맘대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이니 얼마나 좋겠는가? 광장지기의 중3 딸도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취인지 독립인지를 하겠다고 선언을 한다. 바라는 바이지만 그냥 두 집 살림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선다.

자취하려면 일단 ‘독립 선언’을 하라고 한다. 독립 선언 없이 자취를 한다고 하면 그건 어렵다. 무엇보다 경제적 독립이 가능해야 허락할 수 있다고 했다. 집이든 방이든 스스로 얻어야 한다. 자취가 원래 ‘스스로 불 때서 밥을 해 먹는 것’이고, 자기가 원해서 자취를 하려고 한다면 나가서 살 방 정도는 자력으로 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자취생활’이라는 말, 또는 ‘독립생활’이라는 말은 청춘들에게 강력한 매력이 있다. 하여 자취나 독립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적절한 길라잡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취를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츄카피 작가의 만화 <자취로운 생활>을 권한다. 3년 후에 독립을 하겠다는 우리 집 딸 책상 위에도 살짝 올려놔야겠다. 500만 원 보증금과 월세 30만 원으로 원룸 자취를 출발한 츄카피 님의 일상 이야기는 부모의 어떤 이야기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기왕 자취(독립)를 하려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여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는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 좋겠다.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하나도 제 위치를 찾지 못한다. 뒤집어 벗어 던져 놓은 양말이 저절로 깨끗하게 세탁되어 서랍으로 기어들어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집에 사람이 없으면 살며시 나와 빨래, 청소며 집 정리를 하고 맛난 된장찌개까지 끓여 놓고 사라지는 우렁각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허나 자취의 참맛은 우렁각시가 없어야 알 수 있다. 일상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사람살이가 얼마나 다양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면서 고마움과 소중함, 책임을 발견한다.

만화 <자취로운 생활>은 자취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더 없는 참고서이지만 동시에 작가의 성장일기이기도 하다. 안전한 울타리였던 부모를 떠난 홀로서기로 지금까지 누군가 대신 해주던 고민들을 스스로 해결하며 책임과 계획을 세워 실전을 살아내는 이야기다. 하여 자취생활의 코믹한 에피소드로 가볍게만 웃으며 넘기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의 처한 진로와 취업 문제, 일인 가구와 먹거리 문제 그리고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하여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집 문제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여 만화 <자취로운 생활>은 이 시대 청년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분들이 꼭 보고 들어야 할 이야기다. 우리 청년들의 자취(독립)를 지지하며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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