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지역언론에는 "2030년 부천, 인구 991천 명”이라는 기사들이 일제히 실렸습니다. 2030년을 목표연도로 한 부천시 도시기본계획이 7일, 경기도의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 제목입니다. 부천시가 제공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기사들입니다.

“이번에 승인된 2030 부천도시기본계획은 장래 부천시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상과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중장기 정책계획으로 인구계획, 공간구조 재편 설정을 비롯한 토지이용, 공원녹지 등의 부문별 계획이 담겨”있으며, “오는 2030년 계획인구는 991천명”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2030년 부천시 인구가 99만 명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요? 지금도 비좁은 부천시에 100만 명이 살게 된다면 정말 끔찍한 비극이 될 것입니다. 무어 자랑이라고 보도자료 제목으로 떡하니 박아서 돌렸을까요? 과연 그렇게 되기는 할까요? 허황된 뻥튀기입니다. 2007년에 만든 현재의 도시기본계획에도 2015년의 인구목표는 935,000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주민등록인구가  87만에 불과한데 1년 사이에 그렇게 늘 수가 없습니다.
 

지난 해 말에 경기도에 제출한 도시계획안에는 2030년 계획인구를 103만 명으로 설정했습니다. 99만 명으로 발표한 것을 보니 승인하는 과정에서 경기도가 4만 명을 줄여버린 것 같습니다. 경기도에 제출한 도시계획안에는 내년도 계획인구를 959,000명으로 적어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1년 뒤 일을 이렇게 적어 놓고 있으니 엉터리라는 것입니다.
 

아직 승인된 도시계획을 열람할 수 없어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제출한 초안에는 2030년까지 자연적 증가를 79,000명, 사회적 증가를 62,000명으로 잡고 있습니다. 자연적 증가는 평균수명과 출산에 좌우되는 것인데, 최근 부천시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2002년에 처음으로 80만 명을 넘어서고, 2003년에는 85만 명을 넘어섰지만 그 이후로는 증가세가 둔화됩니다. 2010년에 890,875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통계가 나온 2012년의 인구는 885,849 명이며 인구증가율은 -0.4%입니다. 자연적 증가 79,000명은 완전 엉터리입니다.


집단 주거지 개발을 통한 이주로나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증가를 62,000 명이나 계획한 것은 또 가능한 수치일까요? 엉터리 투성이입니다. 10억 원 가까이 지출한 도시계획 용역이 왜 이 모양일까요? ‘경기도 인구 1200만 → 2020년 1700만으로 증가?’라는 제하의 10월 29일자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단서가 있습니다.

지자체가 5년에 한 번씩 수립하는 도시기본계획이 인구 과다 책정으로 난개발과 중복투자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2020 도시기본계획’ 분석 결과 이들 지자체의 2020년 계획인구를 합치면 6155만 명으로 통계청의 2020년 예측인구(5143만5000명)보다 1000만여 명이나 많다”고 29일 밝혔다.

이 보도에는 경기도 양주시의 사례도 나옵니다. 양주시는 2020년 도시기본계획 인구를 48만3000명으로 수립했으나 지난해 말 인구는 19만9143명으로 계획인구의 4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양주시는 지난해 도시기본계획을 재수립하면서 2020년 계획인구를 55만6000명으로 더 늘려잡았다. 시의회가 행정감사에서 “시의 도시계획 인구가 과다하게 부풀려졌다”며 수정을 요구해 7만3000명이 축소됐다.

민홍철 의원은 “전국 각지의 자치단체가 인구 유입을 전제로 개발계획을 기획하거나 진행하고 있다”며, “지자체들의 뻥튀기 도시기본계획이 난개발을 유발하고 사회간접자본과 도시기반시설의 중복 투자 등 비용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니다.

우리 시의 인구 부풀리기에도 적용되는 적절한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번 도시계획의 초안이 나왔던 지난해 11월에 의정일기 ‘말로는 환경, 속마음은 개발 http://blog.daum.net/yunbg/16120932’을 통해 저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발을 위한 시가화 용지 면적을 더 많이 할당 받기 위해 인구계획을 부풀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엉터리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종합운동장 역세권 개발, 영상단지 개발, 시청 옆 특별계획구역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시민계획단(Proposal Group)이 제안한 ‘자연과 문화, 사람이 소통하는 건강한 균형도시 부천’을 도시 미래상으로 하는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하지만 시민계획단이 제시한 미래상과 실제 도시계획은 괴리되어 있습니다. 구속력이 없는 슬로건에서는 시민의견을 반영한 것처럼 포장해 놓고, 실제 도시계획은 개발 의도를 표현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시민은 들러리였던 것입니다.

최근 영상단지와 시청 옆 특별계획구역 개발에 대해 공고를 했다가 취소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뭔가 급히 서두르며 허둥대는 모습입니다. 특별계획구역 개발은 문예회관을 짓는 일이라 포장하지만 실상은 시유지를 파는 일이 핵심입니다. 그 땅에는 대규모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거리에는 외제차 경품과 4억 할인을 내세우며 분양에 사활을 건 대형 오피스텔 광고 현수막이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씁쓸한 랜드마크들이 부천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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