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아이들이 사라지다 보니 폐교되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없으니 시설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는 부천에도 폐교가 생겼습니다. 부천시 대장로 92에 위치한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장입니다. 지방에서는 폐교를 이용하여 다양한 체험공간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천시 교육지원청에서도 폐교로 방치하지 않고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빌어 제안해봅니다.

기존 초등학교 운동장은 흙으로 바닥이 깔린 공터입니다. 보통 좌우에 축구 골대를 두고 그 주변을 빙 돌아 나무를 심거나 그네, 미끄럼틀. 모래놀이터 등의 놀이기구를 배치하는 것이 보통의 구조입니다. 대략 65년 전부터 같거나 유사한 구조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학교 구조는 학생들을 통제하고 관리하여 빠른 시간에 적정 수준의 일꾼을 기르기 위한 획일적 구조입니다. 마치 군대 연병장을 연상시킵니다. 획일적 구조는 창의적이지 못합니다. 자유롭고 다양한 구조여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건축가 유현준은 지금 2020년 학교 건물이 교도소와 동일하다며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당장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학교의 시초인 독일과 그 주변의 유럽은 다양성을 강조한 숲 놀이터 형태의 친환경적 공간을 학교에 만들고 있습니다. 유럽이 바라보는 아이들은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유롭고 창조적인 아이들입니다. 대한민국 아이들은 2020년에도 통제하고 관리되어야만 하는 아이들인가요?

모든 초등학교 운동장이 숲이 되었으면 합니다. 운동장 공간에 산이 있고 강이 있고 연못이 있고 들판이 있고 공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쉬는 시간에 건물에서 나오면 자연의 빛깔로 가득한 다양한 공간이 아이들을 맞이하고 아이들은 자신의 느낌에 따라 곳곳에서 놀이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아이는 언덕을 오르고 어떤 아이는 나무를 오르고 어떤 아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어떤 아이는 나무 그늘에 누워 하늘을 보고 어떤 아이는 공터에서 공을 차며 각자의 놀이를 마음껏 선택하고 아이들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이 숲이 된다면 몇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학생, 학부모, 선생님, 주변 주민 모두에게 자연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15분 이내에 멋진 숲에 도착할 수 있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합니다. 둘째, 생태 감수성이 높아집니다. 자연과 함께한 경험은 다양한 환경 문제를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생태적 감각은 미래 산업에 필수 역량이 될 것입니다. 셋째, 고학년이 축구를 하며 대부분의 공간을 사용하던 운동장이 전 학년이 골고루 사용하게 됩니다.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섞여 놀며 쉽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부천시에서 숲 운동장을 추진한다면 추가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넷째 녹지 부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부천은 전국에서 1인당 녹지 비율이 최저인 도시입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숲으로 바꾸면 녹지 비율도 높아지고 만족도도 올라갈 것입니다. 다섯째 대장분교장과 같은 폐교를 이용한다면 아트벙커B39, 야인시대 캠핑장, 여월 도시공원과 같이 도시 자원 재생의 사례로 활용하여 숲 운동장 모델을 보유하게 됩니다. 여섯째로 코로나 등의 재난 시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등을 관내에서 안전한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숲은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많은 혜택을 제공합니다. 단기적 이익보다 자연의 흐름으로 길게 보면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시작은 하나의 학교에서 시작하지만, 더 많은 초등학교가 참여해서 모든 초등학교의 운동장이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는 숲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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