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밤마다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걱정거리는 뜬 눈으로 날을 지새우게 만든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에서 일해오던 나는 9월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새로운 진로를 찾고 있었다. 졸업만을 남겨둔 채 학교를 휴학한 나의 친구 ‘정우’도 미래의 걱정거리들을 해결할 생각을 하며 날을 보내고 있었다.

날이 화창한 9월의 어느 날. 나와 친구 정우는 해결되지 않는 걱정들을 뒤로하고 배낭 하나를 맨 채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경기도 팔당댐에서 부산 낙동강 하굿둑을 잇는 국토 종주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팔당역에서 내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우리는 한 시간 남짓 힘찬 주행을 마치고 남양주 능내역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인증센터는 4대강 자전거길을 종주하는 라이더들이 기념 스탬프를 찍기 위해 들르는 곳이다. 폐역사를 활용해 70년대 복고풍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깐 숨을 돌렸다. 자전거를 타고 추억을 쌓는 공간을 찾아 헤매는 낭만적인 여행의 시작이었다.

남양주 능내역 인증센터
남양주 능내역 인증센터

자전거를 타는 우리를 반긴 남한강은 꽤 탁한 색을 띠며 흐르고 있었다. 지난 사업의 실패인지 자연의 파괴로 인한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당을 벗어나 양평으로 들어선 후 우리를 반긴 것은 570m의 긴 가곡터널이었는데 더위에 찌든 우리에게 잠시 더위를 식혀주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었다. 터널을 벗어나자 따가운 햇빛이 우리를 다시 힘들게 하였다. 초가을이지만 9월의 햇살은 후끈한 여름보다 더 가깝고 따갑게 내리고 있었다.

긴 시간 주행을 하다보니 문제가 찾아왔다. 자전거를 오랜 시간 타본 적이 없는 나와 정우에게 체력적인 한계가 찾아온 것이다. 부산 낙동강 하굿둑까지 가기로한 목표를 바꿔 상주까지만 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중간에 목표를 바꾸는 것은 한심한 일이 될 것 같아 여행 일정에 이틀을 늘려 부산까지 가기로 하였다.

양평 쉼터에서 거친 숨을 돌리며 쉬던 우리는 파마머리 중년 남자를 만났다. 혼자 부산까지 여행한다는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2년 전 부산까지 국토 종주를 하다 충주에서 포기했다며 다시 부산까지 새 도전을 한다고 하였다. 그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 조언을 해주었다. “목표한 곳까지 못 가면 두고두고 남아요. 그러니 끝까지 가요.”

중간에 포기할까라도 생각한 우리에게 큰 자극이 되었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숙소인 여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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