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심곡동에 위치한 《깊은골문화사업단》의 <2020 펄벅문학학교>가 지난 10월 31일(토) 5회 강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소설가 박희주(전 부천문인협회장), 화가 최의열(부천문화원 사무국장), 성주로상가협의회 대표 조길원(남부천 신협이사장), 언론인 신성복(부천 시티저널 대표기자), 펄벅마을 문화지킴이 이세규(부모와 함께 학생문화 봉사단 단장), 시인 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 등이 강사로 참여한 이번 <2020 펄벅문학학교>는 지난 50년 동안 박애주의의 상징으로서 펄 벅이 남긴 유산을 정리해보고, 앞으로 50년의 과제를 탐색해 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펄 벅이 부천시 심곡동에 세운 <소사희망원>은 1976년 문을 닫을 때까지 약 9년 8개월 동안 1,500여 명의 혼혈 아동들에게 보금자리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어머니에게도 직업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미군 주둔으로 인해 발생한 아메라시안 문제 해결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에 부천시는 지난 2006년, <소사희망원>이 있던 자리에 <펄벅기념관>을 세워 세계적인 작가로서, 또 박애주의자로서 그녀의 삶과 문학을 기려오고 있다.

집필 중인 펄 벅 여사. 펄 벅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 1963년 한국의 수난사를 그린 소설 '살아 있는 갈대'를 펴냈으며, 1965년 혼혈아동 복지기관인 펄벅재단 한국지부를 설립했다.(사진출처 : 경기도 박물관 미술관)
집필 중인 펄 벅 여사. 펄 벅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 1963년 한국의 수난사를 그린 소설 '살아 있는 갈대'를 펴냈으며, 1965년 혼혈아동 복지기관인 펄벅재단 한국지부를 설립했다.(사진출처 : 경기도 박물관 미술관)

이번 <2020 펄벅문학학교> 마지막 강연을 맡은 이종헌 시인은 “펄 벅이 박애주의를 몸소 실천한 사회운동가인 것은 맞지만, 그녀를 지나치게 자애로운 어머니의 상징으로만 바라보려는 일부의 시각은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펄 벅은 무엇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한 페미니스트였고, 또한 유색인, 혼혈아, 장애인, 소수민족 등의 인권을 위해 싸운 인권운동가였다.

이종헌 시인
이종헌 시인

부천시가 동아시아 여러 도시 중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에 선정된 것도, 또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디아스포라 문학상도 모두 직간접적으로 펄 벅과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펄 벅은 단순한 부천의 과거가 아니라 부천의 현재이면서 또한 미래이기도 하다. 지난 50년 펄 벅과의 인연이 <소사희망원>을 매개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 50년은 펄 벅이 남긴 정신적 유산이 매개가 되어야 한다.

“펄 벅이 우리에게 남긴 정신적 유산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펄 벅의 삶과 문학에 대해서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2020 펄벅문학학교>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형식적인 축제 한두 가지로 펄 벅을 기리는 것보다는 우리 생활 속에서 펄 벅이 남긴 정신, 즉 인권운동가로서 페미니스트로서 그녀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정치인들은 여성, 노약자, 장애인 등의 사회적 지위와 평등을 실현할 법률과 제도를 만들고, 또 행정가들은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학교에서 그런 펄 벅의 정신이 교육되도록 교육과정을 바꾸어 나간다면, 앞으로 50년, 우리 부천시가 세계적인 인권 도시, 성평등 도시, 또 박애 도시로 성장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날 마지막 강연에서 이종헌 시인은 펄 벅이 남긴 정신적 유산으로 ‘여성’, ‘인권’, ‘박애’의 세 가지를 들고, 부천시가 진정한 펄 벅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정신적 유산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김은혜 시인과 홍명근 시인이 각각 자작시 「펄 벅과 농부」, 「갈대」를 낭송하고, 시 낭송가이자 오카리나 연주가인 이현주 시인이 멋진 오카리나 연주를 선보여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더했다.

'2020 펄벅문학학교' 마지막 강연 후 참가자들과 함께.
'2020 펄벅문학학교' 마지막 강연 후 참가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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