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형제가 왔습니다. 초등생인 형은 활달해 보입니다. 아직 입학 전인 동생은 긴장된 모습입니다. 처음 만났으니 금방 친해질 수 없을 것을 알지만 관계를 맺기 위해 좀 더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인사 후 천천히 살펴보니 형의 등에는 배낭이 있는데 동생에게는 배낭이 없습니다. 숲에서 먹을 물, 간식, 여벌옷 등 준비물을 형이 모두 들고 가는 모양입니다. 출발 후 어느 정도 가다 목이 마른지 동생이 물을 달라고 합니다. 형은 배낭을 동생에게 주고 앞으로 달려갑니다. 배낭은 형이 아닌 동생의 몫이 되었습니다. 동생이 배낭을 들고 다닙니다. 배낭은 아이 둘의 짐을 넣으려니 생각보다 큽니다. 동생의 몸이 배낭 같습니다. 형이 꾀를 부려 동생에게 준 것일 수도 있고 놀이하느라 동생의 상황을 이해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건 동생은 형의 몫까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녀야 합니다. 숲에 온 것이 즐거운 경험으로 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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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형이 동생을 위해 동생의 물건까지 함께 가져가겠다고 먼저 부모에게 말한다는 상상은 일반적으로 어렵습니다. 아마도 부모님이 “동생이 어리니 형이 들어주라”고 이야기 했을 것입니다. 형이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선택의 자유가 없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신의학 의사이며 뇌과학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에서 형제의 불편감과 불화는 부모의 불평등한 양육에 원인이 있다고 했습니다. 부모는 평등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느끼는 양육은 질적 양적으로 불편등해서 형제 사이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역할과 성격으로 차이가 생깁니다. 역할은 사회가 요구하는 차이로 첫째, 둘째, 막내 등의 사회적 역할로 차이를 만듭니다. 성격은 내성적, 외향적 등 아이 각각의 본능적 성향에 따라서 차이를 만듭니다. 아이마다 개별적이고 다양한데 부모의 양육 방법과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은 획일적입니다. 이로 인한 불일치는 불평등을 만들고 불평등은 올바른 자아를 확립하기 어렵게 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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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메고 온 형은 진심으로 동생을 챙기기 어렵고 중간에 배낭을 메게 된 동생은 형을 존중하며 따르기 쉽지 않습니다. 부모는 형제가 우애 있기를 바라고 형이 형의 역할을 동생이 동생의 역할을 하기를 바라겠지만 아이들은 형, 동생 이전에 하나의 인간입니다. 뛰어 놀기 시작한 아이는 이미 홀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을 개발하는 하나의 객체입니다. 표현하는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형과 동생은 부모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며 싸울 상대일 뿐입니다. 남과 싸우는 것보다 가족 간의 싸움이 더 큰 불행을 초래합니다. 전쟁의 역사를 보면 나라간 싸움보다 나라 안의 싸움이 더 큰 사상자를 낸다고 합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전쟁이 남북전쟁으로 사상자는 100만 명이고 사상자만 50만 명이상으로 2차 세계대전 사상자보다 많습니다. 형에게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다면 동생에게 넘어갈 사랑은 없습니다. 동생 또한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다면 형을 믿고 따를 수 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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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하고 존중 받기 위해 각자의 소유가 있어야 합니다. 숲활동에 참여하기 전 사전 안내 시 아이는 자신의 물건을 자신의 배낭에 스스로 챙기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형제가 온다면 형은 형 배낭을 메고 동생은 동생 배낭을 메야 합니다. 물, 간식, 놀이도구 등의 준비물을 스스로 선택해 가방에 넣어 스스로 메는 것이 선택의 자유이며 평등의 기본 조건입니다. 자신의 소유가 있어야 상대의 소유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소유를 인정할 때 존중할 수 있습니다. 존중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존중받을 존재라는 것을 알고 다른 이도 존중받을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형제의 우해는 상호간의 존중에서 시작됩니다. 존중 없이 우애는 가면에 불가 합니다. 존중은 평등에서 시작됩니다. 선택할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다면 평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물건도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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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아이들 각각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킵니다. 형제의 성격이 달라도 형이나 동생의 역할이라도 원하는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은 성격과 역할에 관계없이 같은 기준으로 아이를 대하며 아이는 선택해 놀 수 있습니다. 뛰고 싶으면 뛰고, 걷고 싶으면 걷고, 앉고 싶으면 앉고, 만지고 싶으면 만지고, 소리치고 싶으면 소리치는 자유를 제공합니다. 어느 아이도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대해줍니다. 햇살 좋은 날, 아이와 함께 선택의 자유와 소유할 수 평등한 관계를 제공하는 가을 숲으로 가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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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방과후숲학교 http://cafe.naver.com/bcforestschool

* 매월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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