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여 권의 책을 끌고 다니다, 마침내 창고 구석에 처박아 두고 이렇게 정리하면서 다시 본다.

나의 20대 문제의식과 실천, 그렇게 흉내라도 내면서 살아온 지난 시간의 마지막은 창고에서 끝나나 보다.

하지만 어젯밤, 나의 20대에 치열함이 헛되지 않은 것임을 확인하기도 한듯하다.

야학 교사로 만난 우리 부부는 어제 인근에 사는 제자 부부를 집에 불러 밥 한 끼 먹었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지만 우리는 고민을 들어주고 지켜봐 준 것만 했다.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좋은 짝 만나서 가족들 사랑받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해줬다. 3년 전 처음에 막연해서 왔을 때와는 다른 흐뭇한 시간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사람은 사람으로 살고 사람으로 남는다. 사는 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걸, 이 책들이 나의 20대에 준 가르침이 아니었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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