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석 조합원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조규석 조합원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더 많이 아프지만 차별받는 사람들 
2015년 국민건강통계 등에 의하면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은 비장애인이 16.6%에 불과한 반면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3배 이상인 53.4%에 달한다. 실제 고혈압 유병률은 장애인이 52.6%로 비장애인의 25.5%에 비해 2배나 높았다. 당뇨 유병률도 장애인이 25.1%로 비장애인의 10.2%에 비해 역시 2배 높았다. 장애로 인한 이차질환이 쉽게 발생하는 등 건강상태가 열악하다.

그런데도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국가검진 수검률이 낮고, 평소 병원 이용률이 낮다고 한다. 인권위원회의 장애인 건강권 증진방안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장애인이 병의원 이용 및 진료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점은 의사들의 장애 특성 이해 및 배려 부족(34.8%), 경제적 부담(33.0%), 병의원의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26.8%) 순이었다.

지지부진한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그래서 2018년 5월 장애인의 건강상태를 개선하고, 의료서비스 이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시행하게 된다. 2년의 시범사업을 한 결과 그 성과는 성공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주치의 신청대상인 중중장애인 97만명 중 0.08%인 811명만 시범사업을 신청했다. 의사 577명이 장애인 건강주치의 교육을 받았지만, 실제 활동하는 주치의는 전국에 총 87명에 불과하며 주로 수도권에 있고 지방에는 드물다.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건강관리 및 보건의료에 있어 차별 대우를 받지 아니하고, 건강관리 및 보건의료서비스의 접근에 있어 비장애인과 동등한 접근성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는 이념으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명문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접근 시설에 대한 지원 필요
부천시민의원도 2018년 5월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등록하였고, 얼마 있다가 모 장애인단체에서 의원에 방문한 적이 있다. 주차 시설이 불편하고 전동휠체어가 다니기에 좁으며 화장실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고 화를 내고 가버린 경험이 있다. 그리고는 장애인이 의원에 와서 주치의를 해달라고 하신 분은 한 명도 없었고, 인터넷 혹은 보건소 등의 안내로 현재 단 4명만이 부천시민의원에 등록되어 있다. 장애인단체의 요구대로 내원하기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지만 일반 일차의원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모두 갖추기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필요성에 대해 정작 장애인 44.3%가 필요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앓고 있는 장애에 대한 해당 전문의를 원하지 그 외의 건강주치의는 귀찮고 생색내는 사업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장애인은 병의원에 쉽게 갈 수 없기에 각종 급만성 질환이 발생하면 이 증상이 장애의 합병증인지, 별도의 질병인지, 응급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안내해 줄 안내자가 필요한 것이다. 건강주치의가 바로 안내자 역할로 장애 질병에 대한 전원 여부 판단을 포함한 포괄적인 건강관리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장애인 건강의 안내자 건강주치의
사고로 10년 넘게 사지마비로 누워서 지내는 장애인이 보건소의 소개를 받아 방문진료를 요청하였다. 방문해보니 경추골절로 사지가 경직되어가고 있었으며, 욕창이 심해 뼈가 노출되었고 고름이 고여 있었다. 활동보조인이 2교대로 일상 생활을 돌보며 욕창 치료까지 하고 있었지만 염증이 심해지고 있어 입원하여 수술을 결정해야 했다. 더 이상 방치하면 패혈증이 올 정도였기에 주치의로서 판단한 것이다. 수술을 마치고 1년 후 퇴원하였을 때도 상처가 아직 덜 나아서 활동보조인에게 상처 치료와 욕창 관리법을 교육하였고, 난 한달에 한번 방문하였다. 재방문을 한지 1년이 다 되어가서야 욕창이 거의 다 나아가고 있다. 와상으로 있는 장애인은 흡인성 폐렴이 잘 발생하고 도뇨관을 통해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간간히 열이 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전화 혹은 문자로 상태를 소통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매번 혈압, 당뇨를 측정하고 주기적으로 채혈하여 전신 상태를 확인하며, 매달 도뇨관과 기관지관을 교체한다. 만약 건강주치의가 방문하지 않는다면 이분은 매달 119를 불러 병원에 가서 도뇨관과 기관지관을 갈고 채혈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돌봄과 건강관리의 통합적 접근 필요
현재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은 의사와 간호사만 해당되며, 올해부터 치과가 일부지역(부산, 대구, 제주)에서 시범사업하고 있다. 뇌신경 손상 혹은 척수손상에 의한 마비 환자에게는 재활치료(작업치료사)가 절실하다.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돌봄과 건강관리의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의사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 재활운동사, 자원봉사자 등의 팀 접근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직접 보조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게 하면 소통과 조정의 역할이 더욱 향상된다.

부천 지역에는 초기에 3곳이었지만 2020년 2차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에는 7곳이 되었다. 이중 방문 진료와 내원 진료를 하는 곳은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시민의원(원미동)과 미래신경과의원(송내동)이며, 내원 진료만 하는 곳은 도당삼성의원(도당동), 부천우리병원(원종동), 연세비전의원(괴안동), 상동서울가정의학과의원(상동), 서울재활의학과의원(역곡동) 등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가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시범사업이기에 좀더 많이 시도를 해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사업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정부와 부천시에서도 적극 홍보를 해주길 바라며, 장애인들도 사업의 대상자로 남아 있지 않고 사업의 주체로 참여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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