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는 동사무소에서 한 번에, 신청 이유는 내 경험에서 솔직하게

 
만난 지 3개월 만에 저와 결혼한 아내가, 어느 날 툭 던진 한마디. “여보! 개명하는 거 어때요? 당신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외모와 현철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거든요.”
개명을 결심하기가 어렵지 않았던 걸 보면, 내가 현철이라는 이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개명 프로젝트! 2014년 8월에 개명 신청을 하여, 2014년 10월에 법원으로부터 개명 허가를 받아, 36년을 함께해 온 이름을 역사 속으로 버렸다.

[셀프 개명 방법]
1. 새 이름을 정한다. : 나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작명소에서 지었다.
2. 개명 신청 서류를 준비한다. 개명허가신청서에 명시된 자료만 제출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기타서류는 제출하지 않는다. : 제출해야 할 서류는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금새 뗄 수 있는 것들이다.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하여도 좋지만, 나는 제출하지 않았다. 대신, 개명허가신청서의 신청 이유란을 솔직하게 적었다.
3. 법원에 서류를 접수한다.
4. 결정을 기다린다. (1개월~1.5개월 소요)

과거에 비해 개명 신청 과정이 간단해지고, 개명허가율도 높아졌다. 하지만, 스스로 개명신청서류를 작성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신청이유를 적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명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신청 사유도 법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야 할 것 같은 부담 때문에, 법무사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개인적인 경험담 3~4가지를 신청 사유에 적었다.

제 이유 한번 들어보시라.

부모님이 좋은 뜻을 담아 지어주신 이름으로 37년을 살아오면서 제 이름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개명에 대한 필요를 느끼며 지내 온 지가 꽤 오랜 기간입니다. [생략]
1. 너무 흔한, 본인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이름이 “최현철”이라고 하면 상대방은 항상 가수 현철, 개그맨 김현철, 대통령 아들 김현철 등을 언급하며 제 얼굴 생김과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생략]…
2. 개명하고 자존감이 높아진 친구를 보고 개명을 결심함
[생략]…. 이름을 바꾸고 그 자체만으로 자존감이 높아진 친구를 보면서 저도 개명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3. 사주학적으로 부족한 기운 보충
제가 사주나 성명학을 맹신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자신이 타고난 부족한 기운 등을 알고 그것을 보충해주거나 기운을 조금 바꿔줄 수 있다면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어머니도 내내 싫으셨다는 제 이름
개명을 결심하고 원래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께 조심스레 의견을 여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할머니가 그 이름을 지어주신 순간부터 제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지어주셨기에 제 이름으로 불러왔다고 하십니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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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 신청 이유에는 어떤 제한이나 조건을 두지 않는다. 개명 신청을 위해 법적인 기준에 입각한 증빙자료를 제출할 필요도 없다. 개명은 내가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원하는 것이기에. 행복은 주관적이고 증명 불가능한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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