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모두들 주거협동조합’이 진행하는 자그만 소모임에 참여하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 편의 영화가 소개되었고, 함께 보고 싶다는 마음이 모아졌다. 하지만 예산이 없었다. 이때 당시 부천시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인 이종명 (전)센터장이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듣고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하여 몇 몇 지역 청년들이 모여 공동체 영화 상영을 준비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부천 노동영화제.. 이제 상영장소도 늘었고, 지역 내 다양한 성격의 공간들이 6개월 넘게 함께 준비하는 자리가 되었다.

제 1회 부천 노동영화제를 상영하였던 공간 옴팡에서는 올 해 상영작을 노동현장의 다큐가 아닌 상업영화인 ‘서바이벌 패밀리’ 로 정하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강제된 존재 방식의 변화를 바라보는 나는 무엇을 질문해 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하였다.

서바이벌 패밀리 영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도쿄에 사는 스즈키 가족은 구성원 각각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거 공간인 집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의 대화에도 아빠는 TV만 쳐다보고, 아들은 헤드셋만 끼고 살고, 딸은 스마트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같이만 살 뿐, 남보다 못한, 대화가 단절된 관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도쿄 전역에 모든 전기가 끊긴다. 전기와 연결된 시스템과 기차, 자동차, 가스, 전자기기가 동시에 멈췄다. 처음엔 며칠만 참고 견디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회사와 학교에는 갈 수 없고, 식량은 떨어져가며 심지어 물도 마실 수 없게 되었다. 한순간에 문명의 편리함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결국 스즈키 가족은 도쿄를 탈출하기로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다. 도쿄를 탈출하여 엄마의 고향인 바닷가 마을로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만난 사람들, 사건들을 통해 영화는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에너지에 기반 하여 (의존하여) 삶을 살아간다. 에너지에 의존하여 만들어진 감각과 의식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그 감각과 의식을 전제로 ‘나답게’를 질문한다. 영화에서도 에너지에 의존한 나의 삶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멈춘 후에야 그간 보이지 않았던 사람과 노동과 관계가 보이지 시작하고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질문한다.

노동 현장에서 들려오는 치열하고 절박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야 한다. 억압으로부터의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통한 ‘나답게’의 삶을 찾아 가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다, 소비자로서 누군가(무엇인가)에 절대적으로, 의심하지 않고 의존하고 살고 있는 존재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고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나’의 실천을 하고 있는가? 억압으로부터의 자유와 경제적 자립을 넘어 자본주의가 강제하는 삶의 존재 방식 그 자체에 대한 질문과 자립이 나의 삶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사용가치에 기반 한 필요에 대한 나의 욕구를 생각하고, 임금노동너머에 있는 수많은 노동을 생각하고, 자본이 강제하는 임금노동시장에서의 위치 우월성을 둘러싼 경쟁을 넘어서는 나의 노동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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