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88]

6세 이상 아이들과 숲에 왔습니다. 다툼이 생겼는지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납니다. 아이들이 눈치 못 채게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갑니다. 나무 뒤에 숨어 살펴보니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말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아이들은 큰 아이와 작은 아이 사이에서 양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아무 말이 없습니다. 작은 아이가 말을 할 때 얼굴이 뒤로 젖혀지고 목에는 힘줄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몇 분이 지났을까요? 작은 아이가 발로 땅을 구르고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씩씩댑니다. 무엇을 찾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대장을 찾는 것 같아 슬쩍 나무에서 떨어져 뒷모습을 보여주자 달려와 이야기합니다.

대장, 저 잠시 아래에 좀 다녀올게요.”

?”

. 잠깐이면 돼요. 엄마한테 할 말이 있어요.”

대장이 대답도 하기 전에 작은 아이는 뒷모습을 보이며 뜀박질을 쳐서 언덕길을 내려갑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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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아이가 숲에서 도토리를 줍습니다. 동그랗고 밝은 갈색빛을 내는 도토리가 구슬처럼 보입니다. 아이가 도토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숲길을 걷다 떨어뜨렸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당황한 아이는 낙엽이 쌓인 곳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몇 번 바닥을 슬쩍 보더니 이내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옆에 있는 대장을 지나쳐 엄마를 향해 울면서 갑니다.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입은 크게 벌려 목젖이 보일 것만 같습니다. 엄마는 서둘러 아이에게 다가옵니다. 엄마는 아이가 울어 마음이 급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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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본능적입니다. 본능적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문제는 빠르고 쉽게 해결될수록 좋습니다. 아이들은 쉽고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을 본능적으로 찾습니다. 성공적인 해결 방법은 자주 사용하게 되고 자주 사용한 것은 익숙해집니다. 익숙한 것은 예상 가능하고 편안합니다. 편안함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반복합니다. 익숙한 것을 반복하는 많은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큰 아이와 싸운 작은 아이는 자신의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가까이 있는 대장보다 숲 아래에 있을 엄마를 선택했습니다. 도토리를 떨어뜨린 아이도 엄마보다 가까이에 있는 대장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엄마에게 갔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상가능하고 쉬운 익숙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아이가 당신을 자주 찾는다면 당신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녀들은 보통 아빠보다는 엄마를 많이 찾습니다. 아이와 오랜 시간 함께한 엄마가 더 많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쉽고 빠르게 해결해 주는 부모라면 아이는 그 부모에게 갈 것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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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싸우는 경우는 참 많습니다. 동성인 경우에는 그 빈도와 강도가 이성 간의 싸움보다 보통 강합니다. 해결이 안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힘이 약한 동생은 부모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평등하게 대한다고 생각하지만 크고 작은 차별이 반복됩니다. 차별은 형제간의 우애를 만들지 못합니다. 동생의 눈치를 보며 설득하는 형이라면 동생 말을 주로 듣는 부모가 있습니다. 형제간의 우애를 원하신다면 한쪽 편을 들어주기보다 그냥 아이들의 말을 판단하지 말고 각각 열심히 들어주면 됩니다. 정혜신 박사의 <당신의 옳다>에서 틀린 사람은 없다고 했습니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틀리게 보일 뿐입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만 해줘도 스스로 책임지고 판단하고 해결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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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차별하지 않습니다. 햇볕은 새싹과 나무에 똑같이 비춥니다. 비와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리다고 비가 안 내리고 크다고 내리고 하지 않습니다. 나비의 번데기도 스스로 벗고 나와야 날 수 있고 땅속에 씨앗도 스스로 새싹을 틔워야 성장하고 병아리의 달걀도 스스로 깨고 나와야 닭이 될 수 있습니다. 강수돌 교수의 <나로부터의 교육혁명>에서 올바른 교육이란 천천히 가더라고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 자연의 품에서 자연에 흐름에 따라 키워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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