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89]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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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따뜻한 봄의 숲은 새롭게 돋아나는 연한 푸른빛의 잎이 피어납니다. 나무에도 땅에도 온통 파릇파릇합니다. 군데군데 하얀색, 노란색, 분홍색, 자주색 등등의 꽃들도 핍니다. 날씨가 좋아지면 숲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숲을 찾지요. 집이 답답해 나온 분도 있고, 꽃놀이하러 나온 분도 있고, 산책 나온 분도 있고 운동하러 나온 분도 있습니다. 각각 자신의 목적에 따라 숲에 오십니다.

한 무리의 어른들이 숲에 들어왔습니다. 자리를 찾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각자가 의견을 주고받으며 결정한 장소는 아이들 모래 놀이터 안입니다. 모래 놀이터 안에는 나무기둥이 여럿 있었습니다. 기둥 중 가장 넓은 기둥을 중심으로 어른 3~4명이 기둥 하나씩을 옮겨 둥글게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술, 안주, 컵 등을 꺼냅니다. 막걸리를 흔들어 뚜껑을 따다 술이 흘러 모래로 떨어집니다. 먹던 안주도 하나 둘 떨어집니다. 술 냄새, 음식 냄새,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로 놀이터는 술집이 되었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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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

유아 아이들과 숲길을 걷다 낙엽을 던지며 놉니다. 아이들은 낙엽을 던지며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서로 던지며 한참을 노는데 왔다갔다 운동하시던 할머니 한분이 다가와 찡그린 눈썹과 꾹 다문 입으로 말을 하십니다.

낙엽 길옆으로 치워 놓고 가요.”

순간 당황했지만 아이들 놀이에 방해되지 않게 최대한 웃으며 알겠다.”고 했습니다. 기분은 편치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보다 중요한 것이 길의 낙엽이라니 말입니다. 낙엽은 원래 길에 있었던 것인데 누군가 길가로 쓸어 놓았습니다. 누군가 쓸어 놓았으니 원래대로 해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숲은 낙엽이 깔려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낙엽이 전혀 없는 숲길은 땅이 메마릅니다. 땅이 건조하면 흙이 날려 침식되고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됩니다. 자연에게도 인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든 길에만 낙엽이 없습니다. 어르신은 이 사실을 알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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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안의 숲은 공원이고 공원은 인간을 위한 공간입니다. 숲에 주인은 인간이며 숲의 다른 생명은 공동체가 아닙니다. 어린 아이는 다릅니다. 숲은 자연이며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이며 가족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어른의 술집 공간으로 만드는 무지의 폭력으로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입니다. 순식간에 아이들의 공간은 어른이란 권력에 공격당하고 방어할 힘이 없습니다.

지하철에는 노약자와 임산부 자리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버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박물관엔 어린이 체험관이 따로 있습니다. 놀이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연령의 어린이가 있습니다. 도시에는 지정된 공간에 대상과 목적 그리고 용도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자를 위한 장치이자 공동체를 위한 기본 요건을 위한 약속입니다. 사회적 약속을 무시한다면 서로 존중받는 사회를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자신의 편의로 상대를 무시하는 사회에서 다양성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인간끼리 정한 약속마저 지키지 못하는 사회는 자연을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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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혼자 나빠지지 않습니다. 어른이 아이들을 존중할 때 존중 받을 수 있습니다. 상대를 존중할 때 자신의 위치에 맞는 예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상대를 존중하지 못하면 상대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예의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연과 멀어집니다. 어른들의 무지와 도시의 편중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자랍니다. 자연의 말을 듣지 못합니다. 본질은 잊고 문화에 적응합니다. 본질을 잊으면 자신도 잊을지 모릅니다. 자신을 잊은 삶은 부자연스러운 삶입니다. 자연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숲에서 계속됩니다. 자연은 지금도 그 자리에서 자연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받아들일 준비되어 있습니다. 부모님만 허락해 주신다면 말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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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기 조합원(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 매월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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