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90]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따뜻한 오후에 아빠, 엄마, 아이가 숲에 왔습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로 보입니다. 아이가 이리저리 달리다 우리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도 달려옵니다. 통나무를 들어 보기도 하고 나무에 오르기도 하며 놀이를 따라합니다. 기존 아이들이 떠나고 혼자 남습니다. 아이는 계속 나무를 오르고 통나무를 이리저리 옮깁니다. 흙을 팝니다. 땅에 나뭇가지를 박아 넣습니다. 아이는 시종일관 바쁘게 움직입니다. 아이는 무엇인가를 하고 부모에게 말을 하고 다시 무엇을 하기를 반복합니다.

아빠, 이거 봐요.”

.”

엄마, 저 어때요?”

.”

아이의 질문에 부모는 간단히 대답하고 아이를 바라봅니다. 부모는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바라보고를 반복합니다. 부모의 표정은 무표정하고 생기가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무엇인가를 하고 질문하기를 반복합니다. 부모는 최소한의 대답과 시선을 유지합니다. 서로 상대를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조카를 20대로 보이는 이모가 숲에 데리고 왔습니다. 이쁘다며 연신 아이 사진을 찍습니다. 이모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아이는 이모 손을 잡고 걷습니다. 아이 옆에 꽃이 핀 작은 나무가 있습니다. 아이 손을 나무에 걸치고 이모가 급하게 말합니다.

00. 여기 서 봐.”

후다닥 사진 찍을 곳으로 가서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이는 갑자기 손을 놓아버린 이모를 향해 눈길을 돌리며 걷기 시작합니다. 다시 이모가 달려가 아이의 손을 잡고 나무에 걸칩니다.

“00아 거기 서 봐.”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이모를 향해 불안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이모는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을 더 반복하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아이를 어른 키 높이의 나무 위에 앉혀 놓습니다. 이모는 아이가 높이 있으니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00. 여기 봐. , 대단하다.”

음음. 으으.”

아이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을 짓습니다. 이모는 연신 사진을 찍으며 웃습니다. 이모가 웃으니 아이도 살짝 웃기도 합니다. 계속되는 불안한 표정을 읽지 못한 이모는 계속 사진을 찍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아이가 울자 서둘러 나무에서 내려 줍니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입니다. 부모와 함께 온 부산한 아이는 무표정한 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숲을 찾았지만 마음으로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계속 부모의 반응을 받고자 노력합니다. 존중받고 싶고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 필사적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반응에 응하지 못했습니다. 나무에 올려 진 아이는 사진 찍는 이모에게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이모는 아이를 좋아합니다. 이모는 아이의 불안한 표정을 보지 못했고 원하지 않는 행동을 강요했습니다.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를 나와 동등한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나의 판단이 아닌 아이의 판단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존중받지 못한 관계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선택을 이해하고 인정해 줄 때 아이는 편안하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안전한 삶으로 뿌리가 튼튼해지면 왕성한 호기심으로 다양한 도전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뿌리를 키우는 방법은 존중입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할 때 선택의 책임과 권한도 모두 아이의 것이 됩니다. 존중의 경험은 더 좋은 선택의 자양분으로 튼튼한 뿌리가 됩니다.

숲에서 아이가 단단히 뿌리내리는 환경을 제공해 보세요. 아이들이 다양한 상상을 하고 호기심을 만들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숲에 있다고 믿습니다.

 

정문기 조합원(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 매월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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